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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김여정 첫 만남… 밝게 웃으며 3초쯤 악수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귀빈석 앞줄 중앙에 앉아 있다. 오른쪽으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보인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은 문 대통령 부부 바로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평창=김지훈 기자

개회식장 표정

文 대통령 귀빈석 중앙 자리
김여정·김영남은 뒤에 앉아
남북선수단 입장 일어나 박수
펜스·아베, 자리에 앉아 있어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처음 만났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왼편에 앉아 있던 김여정은 문 대통령이 귀빈석에 입장한 뒤 자신 쪽으로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은 밝게 웃으며 3초쯤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에 이어 김영남과도 악수를 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귀빈석 앞줄 중앙에 앉고 김여정 김영남은 바로 뒷자리에 착석했다.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들어오자 문 대통령 내외와 김여정 김영남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김영남은 두 손을 머리 위까지 올려 박수를 쳤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뒤로 돌아 두 사람과 다시 짧게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와 김여정이 따로 얘기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김여정 김영남 앞줄 대각선 방향에 앉았다. 미국 정부가 펜스 부통령과 북한 인사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개회식장 귀빈석에서는 근처에 자리한 셈이다.

펜스 부통령 부부와 아베 총리는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할 때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문 대통령 부부와 다른 외빈들이 모두 일어서 박수를 치는 모습과 대비됐다.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김영남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김여정은 이날 오후 방남 직후 줄곧 미소 띤 표정으로 우리 측 당국자를 대했다. 김여정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8일 오후 1시46분쯤 김 위원장의 전용기(편명 PRK-615·참매 2호)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편명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6·15 남북 공동선언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대표단이 이날 이용한 남북 서해 직항로 역시 1차 정상회담 당시 처음 개설됐다.

북한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은 90세로 고령이지만 남측에서 내내 김여정을 각별히 챙겼다. 그는 공항 의전실에서 김여정에게 자리를 먼저 권하기도 했고, 이동 중에도 김여정을 계속 챙겼다. 김여정은 환담장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다. 착석 전 김 상임위원장에게 가운데 자리를 손으로 권하며 “먼저 앉으시라요”라고 양보한 게 전부였다. 미소를 띤 채 대화를 듣다가도 이내 눈을 내리깔며 턱 끝을 들어 올리곤 했다.

환담은 주로 김 상임위원장이 주도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의전실에 들어서며 “여기서 기다립니까”라고 말한 뒤 “그림만 봐도 누가 남측 인사고 누구 북측에서 온 손님인가 하는 것을 잘 알겠구만”이라며 농담을 건넸다. 북측 대표단이 검정 코트와 털목도리를 동일하게 착용한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북한 대표단은 환담 후 평창 진부역으로 향하는 KTX를 타기 위해 역사로 이동했다. 김여정이 역사에 내려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자 키가 190㎝로 추정되는 짧은 스포츠머리의 북한 경호원들이 에워싸고 밀착 경호했다.

북한 대표단이 탄 KTX는 오후 4시45분쯤 진부역에 도착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먼저 내려 김 상임위원장을 에스코트했다. 취재진이 김여정에게 “기분이 어떠신가요”라고 물었지만 표정 변화 없이 답하지 않았다. 김여정 근처에 있던 남성이 마이크를 치우라는 손짓만 했다. 의전상 국가 정상급 인사가 아닌 김여정은 개회식 전에 문 대통령이 주최한 사전 리셉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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