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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여성단원 남한처럼 세련”… 흡연 모습도 자주 보여

북한 응원단이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 참석해 깃발을 흔들며 응원을 하고 있다.평창=김지훈 기자


北 선수·응원·예술단 이모저모

“여자선수들 화장품 냄새 풍겨
개그 프로에서 듣던 것보다 센
북한 사람들 말 억양에 놀라”

숙소·화장실 등서 담배 즐겨
과거에 비해 품질도 좋아진 듯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강릉 등지에서 북한 관계자들과의 만남은 엄격히 통제된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이 이동하는 곳곳에 이들의 흔적이 남았다.

북한 관계자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난 한국 국민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선입견을 버리고, 북한 사람의 면면을 재구성했다. 누군가에게 북한 사람들은 ‘향’으로 남았다. 8일 북한 선수단의 입촌식에서 화동 역할을 했던 김송하(9)양의 어머니 한나(37)씨는 지근거리에서 본 여성 북한 선수들에게서 향기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선수들에게 아기 분칠할 때 나는 향처럼 친숙한 향이 났다”며 “세련된 향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좋은 냄새가 입촌식 현장과 북한 선수들 곁에서 진동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실제로 만나본 북한 사람의 모습이 자신의 고정관념과 많이 달랐다고 했다. 그는 “가까이에서 북한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본 일은 처음이었는데 개그 프로그램에서 재연하던 북한 말보다 더 강한 억양의 말투를 써서 놀랐다”며 “여성단원들의 외모도 남측 여성들과 다르지 않게 세련되고 아름다워 또 놀랐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북한 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들과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은 하루하루 긴장이 풀려가며 우리 취재진에게 손을 흔드는 등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화동 역할을 한 김양은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우리나라 사람처럼 반겨주고 싶었다”며 “긴장했지만 (그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이 열린 강릉아트센터. 선수 및 예술단에게서 접한 것과 다른 향도 느껴졌다. 강릉아트센터 본관 3층에 있는 VIP 회의실에서는 북한 고위인사들이 머무르며 흡연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공연 리허설 다음 날 아침 회의실을 청소하러 들어간 사람들은 이전과 달리 방에서 담배 냄새가 났고, 정수기용 종이컵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담겨있었다고 했다. 예술단이 머문 강릉아트센터 본관 화장실에서는 다량의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강릉아트센터는 금연 건물로 지정돼 있다.

담배를 즐기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난 6일 동해시 묵호항에 정박한 만경봉 92호 선실 내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의 북한 예술단 남성단원이 담배에 불을 붙인 뒤 맛있게 빨아들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 응원단과 태권도 시범단이 머무는 인제군 인제스피디움 숙소에서 나온 쓰레기봉투에서는 과거에 비해 디자인은 물론 케이스도 고급화된 북한 담배 ‘묘향’ 담뱃갑이 발견됐다.

10여년의 남북 교류단절 이후 한국 국민에게 포착된 북한 땅의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지난달 말 남북 스키 대표단은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공동훈련을 가졌다. 마식령스키장과 호텔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 이후 공들여 지은 시설이다. 해당 시설을 다녀온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점검반으로 갔을 때 마식령의 산세가 좋고 슬로프가 다양해 스키장이 훌륭했다”며 “호텔 내부는 유럽 스타일로 꾸며 놨다”고 말했다.

물론 경제난에 따른 난맥상도 일부 드러났다. 금강산까지는 아스팔트 도로가 잘 깔려있지만 이후 마식령 스키장이 있는 원산으로 가는 길이 비포장도로가 섞여 있는 등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원산까지 몇 시간을 가는 동안 차를 10대도 보지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강릉=이형민 손재호 심우삼 기자 gilels@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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