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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살’부터 ‘와이어’까지… 감동의 불꽃쇼

장애인 양궁선수 안토니오 레보요가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점화를 위해 불화살을 쏘아올리고 있다. 올림픽 페이스북 캡처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회식 마지막 성화 주자로 나선 체조 선수 출신 리닝이 성화대에 불을 붙이기 위해 경기장을 비행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전설적 복서 고 무하마드 알리가 1996년 애틀랜타 하계올림픽에서 성화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당시 알리는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이었다. 인터넷 캡처


역대 올림픽 성화 점화 명장면

1928년 처음 등장… 개회식의 꽃
최종 주자·점화 방식 끝까지 베일

1992년 바르셀로나 최고의 작품
장애인 양궁 선수가 불화살 점화

2008년 베이징 ‘와이어 비행’ 호평
1996년 애틀랜타… 세계가 눈시울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은 신들을 위한 제전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올림픽 중 경기장에 불을 피우고 대회를 진행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들에게 선물한 불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현대 올림픽의 첫번째 성화는 9회 대회인 1928년 암스테르담 하계올림픽에서 등장했다. 경기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첨탑 꼭대기에서 불이 타올랐다.

주자들이 성화를 들고 달려 봉화대에 불을 붙이는 지금의 ‘성화 봉송’은 1936년 베를린 하계올림픽에서 처음 등장했다. 성화 봉송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열린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잠시 사라졌지만 1952년 헬싱키올림픽부터 의무화됐다.

이후 6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화 봉송은 올림픽 개회식의 꽃으로 자리 잡았다. 성화 점화자와 점화 방식은 마지막 순간까지 베일에 싸여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적인 성화 점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대회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이다. 반드시 사람이 봉화대에 접근해 손으로 직접 점화해야 한다는 그간의 고정관념을 깨고 불화살을 쏘아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파격적인 방식을 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날 최종 점화자로 장애인 양궁 선수인 안토니오 레보요가 나서서 의미를 더했다.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답게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마지막 주자로 참여해 올림픽의 시작을 알렸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중국의 세계적 체조 선수 출신 리닝이 성화를 든 채 와이어에 매달려 경기장 상공을 비행한 뒤 성화에 불을 붙였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마라톤 동메달리스트 반데를레이 리마(49)가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리마는 아테네올림픽에서 37㎞까지 선두를 달리다 관중의 방해를 받았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감동을 안긴 인물이었다. 점화 후 초대형 금속 꽃잎들이 펼쳐져 반짝반짝 빛나면서 성화 점화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많은 이들은 ‘가장 감동적인 점화’가 나타난 대회로 1996 애틀랜타올림픽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최종 주자는 당시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던 전설적인 복서 고(故) 무하마드 알리였다. 찬란했던 모습을 뒤로하고 떨리는 손으로 불을 붙이는 모습은 많은 사람의 눈물을 자아냈다.

‘실패한 성화 봉송’도 적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와 섬마을 교사, 고등학생이 최종 성화 주자로 참여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함께 불을 붙였던 1988 서울올림픽 성화 봉송은 ‘역대 최악의 성화 봉송’이라는 오명으로 얼룩졌다.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평화의 상징으로 비둘기를 날린다. 그런데 불이 붙은 뒤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성화대에 앉아 있던 비둘기들이 화염 속으로 몸을 던지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개회식을 보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동물학대 논란이 뒤따르기도 했다. 이후 올림픽 개폐회식 행사에서는 살아 있는 비둘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성화의 불꽃이 4개 얼음 기둥을 타고 올라 ‘얼음 봉송대’에서 피어오르는 장면 연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둥 4개 가운데 1곳에서 불꽃이 올라오지 않으며 웃음거리가 됐다. 거대한 불길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치솟았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성화 점화는 화려하지도, 기발하지도 않은 평범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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