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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쇼트트랙 ‘전설’ 전이경 “후배들 후회 없는 경기 했으면”

전이경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이 8일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싱가포르 선수단 입촌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 감독은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과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잇따라 2관왕(1000m, 3000m 계주 금메달)에 오른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전설이다. 윤성호 기자


싱가포르팀 감독으로 올림픽 참여
“수제자 샤이엔 첫 출전 도움줘 뿌듯”


“아쉬움에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는 경기가 있기 마련인데,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설 후배들에게는 그런 경기가 없었으면 좋겠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전설’ 전이경(42)이 8일 한국 선수들에게 작은 바람을 전했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과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잇따라 2관왕(1000m, 3000m 계주 금메달)에 올랐던 그는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으로 이번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싱가포르는 이번에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이날 강릉선수촌에서 입촌식을 치른 전 감독은 긴장한 표정이었다. 남다른 감회도 엿보였다. 싱가포르 선수단 단복을 입은 그는 민요 ‘쾌지나 칭칭 나네’ 가락에 맞춘 비보이 공연에 박수를 쳤다. 둥글게 원을 만든 비보이들과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흥겨운 무대가 끝난 뒤 긴장감을 덜어낸 얼굴로 전 감독은 취재진을 만났다. 그는 “수제자인 샤이엔 고(19)는 싱가포르 최초의 동계올림픽 진출을 이뤄냈다”며 “참가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데 그걸 도와줘 뿌듯하다”고 했다. 이어 “샤이엔의 기량이 세계적 선수들과 큰 격차를 보이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반 바퀴 이상 뒤처지지 않고 레이스를 마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전 감독은 동계스포츠 불모지인 싱가포르에서 3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동계스포츠 지원을 부쩍 늘렸다. 전 감독은 한 달여 전부터 한국에서 특별훈련을 했다.

전 감독은 이날 싱가포르 선수단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김기훈(51) 강릉선수촌장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 92년 알베르빌, 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때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선후배다. 김 촌장은 “같이 올림픽을 나갔던 후배인 이경이가 다른 국가의 지도자로 이곳에 오니 대견하고 감회가 새롭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지도철학 등을 잘 구현해 선수 발전을 이끌어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전 감독은 “선수촌 생활에서 불편한 게 있으면 바로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서 눈여겨보는 후배가 누구냐는 질문에 “남자 쇼트트랙에 나서는 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모두 잘할 것이다. 여자는 쌍두마차인 심석희, 최민정은 물론 김아랑도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선수 시절 메달 몇 개를 딸 것이냐는 질문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후배들에게 메달을 많이 따라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메달 색깔이나 개수에 상관없이 자기 자신에게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릉=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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