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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뱃놀이… 남북의 음악, 강릉에 울려 퍼지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이 8일 강원도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열린 입촌식에서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인형을 가운데 두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손을 잡으며 흥겨워하고 있다. 강릉=윤성호 기자
 
김기훈 강릉선수촌장(오른쪽)이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과 악수하고 있다. 강릉=윤성호 기자
 
북한 취재진이 촬영 장비를 들고 이동 중이다. 강릉=윤성호 기자


북한 선수단 입촌식 표정

오륜기 이어 인공기 게양되자
비장한 표정에 눈물도 훔쳐
사물놀이패·비보이 환영 공연
北 선수들 예술단 공연에 호응
자원봉사자들과 손 잡고 춤춰
“北 깜짝 공연, 굉장히 신선했다”


남북의 음악이 강릉에 울려 퍼졌다. 남북은 다소 어색한 듯 거리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환영공연을 통해 이내 하나가 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의 공식 입촌식이 8일 강릉선수촌에서 열렸다. 북한 선수단은 평창올림픽에 선수 22명과 임원 25명 총 47명을 파견했다. 삼지연관현악단도 이날 저녁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릴 공연에 앞서 입촌식에서 미니공연을 선사해 눈길을 끌었다.

입촌식 초반 북한 선수단의 표정은 다소 경직됐다. 우리 사물놀이패의 공연에 맞춰 북한 선수단이 먼저 입장하고 예술단이 뒤따랐다. 예술단은 빨간색 모자와 상의에 하얀색 바지, 부츠를 신었다.

김기훈 강릉선수촌장은 환영사에 이어 성화봉을 든 수호랑 마스코트 인형과 국보 287호인 백제금동대향로 모형을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에게 선물했다. 원 단장은 소나무와 학 두 마리가 그려진 기념액자로 답례했다. 원 단장은 행사장 옆에 설치된 휴전벽에 ‘북한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올림픽선수단-원길우’라고 서명을 남겼다.

올림픽 찬가가 울려 퍼지고 오륜기와 북한 인공기가 게양됐다. 북한 인공기가 게양될 때는 비장한 표정으로 바라보거나 북한 국가를 부르는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인공기 게양이 끝나자 한 선수는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먼저 우리 사물놀이패와 비보이의 환영공연이 시작됐다. 행사 초반에 원 단장만 박수를 칠 뿐 북한 선수들은 크게 호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보이 공연을 힐끗힐끗 쳐다보던 일부 예술단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염대옥은 마스코트 수호랑이 다가서서 하이파이브를 청하자 마침내 웃었다.

북한 선수들은 예술단 공연이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흥을 내기 시작했다. 예술단은 반갑습니다, 아리랑, 쾌지나 칭칭나네, 청춘성가, 뱃놀이 등 10곡 가까이 연주했다. 지휘자 손짓에 따라 절도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일부 단원은 지휘봉을 이리저리 돌리며 화려한 퍼포먼스를 뽐냈고, 연주 중간에 고개를 까딱이거나 발걸음을 옮기는 등 가벼운 안무도 소화했다. 연주를 마친 뒤에는 “반갑습니다”라며 왼손을 흔들자 북한 선수단은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공연 막판에는 남북이 하나가 되는 풍경도 연출됐다. 자원봉사자들과 북한 선수단은 손을 맞잡고 둥글게 원을 만들고 함께 춤을 췄다.

박수빈(17)양은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아 신기하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사물놀이팀 최찬용(30) 팀장은 “한민족임에도 선(38선) 하나를 놓고 갈라서 있는 상황이라 같이 어우러질 수 없었던 게 아쉬웠다. 북한의 깜짝 공연은 굉장히 신선하고 신기했다”고 했다.

원 단장은 입촌식 후 취재진에게 “북한 인민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만들어낸 공연이 아주 잘돼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나 된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예술단원인 고은경씨는 “한민족 한겨레를 만나 정말 반갑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다들 승리를 거두기 바랍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행사 전에 ‘은방울’이라는 브랜드명이 새겨진 카키색 유니폼을 입은 북한 기자단이 6대의 영상 촬영용 카메라를 허가받지 않고 입장해 취재 제한을 받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의 한 기자는 ‘들어올 때 안 막았느냐’ 질문에 “그냥 들어왔다.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따졌다.

강릉=박구인 허경구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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