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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열전] 스키 황제 vs 젊은 피, 동계 강국 자존심 건 알파인 질주

‘알파인스키 황제’ 마르셀 히르셔(29·오스트리아·왼쪽)와 세계랭킹 2위 헨릭 크리스토퍼센(24·노르웨이)이 지난달 23일 오스트리아 슐라트민크에서 열린 남자 월드컵 슬라롬 대회에 출전해 슬로프를 내려가고 있다. AP뉴시스
 
AP뉴시스


<12> 남자 알파인스키 1·2위 히르셔 vs 크리스토퍼센

오스트리아 히르셔
명실상부한 알파인스키 최강자
대관식 노리는 ‘무관의 제왕’


노르웨이 크리스토퍼센
‘히르셔 이후 최고 천재’로 불려
평창서 주연 자리 꿰찰지 관심


마르셀 히르셔(29·오스트리아)는 명실상부한 ‘스키 황제’다. 남자 알파인스키에서 세계랭킹 1위의 최강자다. 알파인스키 종목 가운데 회전이 주 종목인 히르셔가 구사하는 기술은 ‘스키의 교과서’라고까지 불린다. 수많은 스키 선수가 그의 영상을 돌려보며 연습하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다. 그러나 히르셔를 완벽한 스키선수로 평가하기 힘들다. 그는 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없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대관식을 노리는 대표적 ‘무관의 제왕’ 가운데 하나다.

히르셔가 알파인스키계의 주연이라면 세계랭킹 2위 헨릭 크리스토퍼센(24·노르웨이)은 ‘명품 조연’이다. 스스로 원하지 않았겠지만, 각종 국제대회에서 크리스토퍼센은 히르셔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도맡았다. 그도 이번 올림픽에선 모처럼 주연 자리를 노린다.

남자 알파인스키 ‘넘버 1’과 ‘넘버 2’의 경쟁역사는 크리스토퍼센의 국제스키연맹 월드컵 데뷔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리스토퍼센은 201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대회전 금메달, 회전 은메달을 따내며 ‘히르셔 이후 최고의 천재’로 불렸다. 주니어 무대를 평정한 뒤 기세등등하게 성인 무대로 입성했다. 크리스토퍼센은 2013년 11월 마침내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고,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라섰다. 1위는 히르셔였다. 이때부터 1인자 자리를 노리는 2인자의 도전이 시작됐다. 크리스토퍼센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회전 종목에서 히르셔에게 은메달을 내주고 동메달에 그쳤다. 히르셔는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스무 살에 불과했던 크리스토퍼센은 역대 남자 알파인스키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주목을 받았다.

히르셔와 크리스토퍼센의 맞대결은 동계스포츠 강국인 오스트리아와 노르웨이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이들이 함께 월드컵에 출전하면 유럽 각지의 스포츠베팅사이트가 들썩일 정도다.

두 사람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인다. 역대 성적으로 따지면 회전과 대회전에서 2011-2012시즌부터 6년 연속으로 세계랭킹 1위를 지킨 히르셔가 ‘금빛’에 가깝다. 히르셔는 지난달 29일 열린 월드컵에서 55번째 우승을 거두며 역대 남자 알파인스키 최다승 단독 2위에 올라섰다. 역대 최다승 1위는 은퇴한 잉에마르 스텐마르크(스웨덴)의 86승이다.

그러나 패기로 무장한 ‘젊은 피’ 크리스토퍼센이 올림픽 무대에서 히르셔를 제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키 황제와 차세대 스키 황제는 오는 18일 대회전, 22일 회전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다만 두 선수는 서로의 경쟁뿐 아니라 다른 선수의 도전에도 대비해야할 듯하다. 히르셔는 지난달 31일 열린 월드컵 평행회전 8강전에서 탈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평행회전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정식 종목은 아니지만 회전 종목과 유사하다. 크리스토퍼센은 16강전에서 탈락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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