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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의 美 ‘블랙 먼데이’ 전 세계 시장 덮치다







물가상승·기준금리 인상 우려에 다우지수 4.6% 하락

“美 경제 펀더멘털 강하다”
백악관 대변인은 진화 나서

코스피 장중 3%까지 밀려
日·中 등 지수 3∼4%대 ↓
전문가 “하락세 점차 완화”


미국 증시의 ‘검은 월요일’이 글로벌 주식시장을 짓눌렀다. 1987년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를 연상케 하는 패닉 장세에 6일 주요 글로벌 증시가 속절없이 추락했다.

한국 증시는 오후 들어 충격을 다소 회복했지만 앞으로 본격적인 약세장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은 진하게 남았다. 전문가들은 강한 하락세가 계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당분간 미국발(發) 긴축 우려에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5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1175.21포인트(4.6%)나 떨어진 2만4345.75로 마감했다. 낙폭으로만 따지면 다우지수 120년 역사 중 가장 컸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여전히 강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다우지수 폭락은 곧바로 아시아 증시를 강타했다. 그나마 한국은 선방했다. 6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며 장중 3%나 빠졌다.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가까스로 하락폭 중 일부를 만회했다. 결국 전날보다 1.54% 내린 2453.3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5% 이상 가파르게 하락했지만 막판에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며 ‘뒷심’을 발휘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0.01% 내린 858.17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4.73% 떨어지며 2만2000선이 붕괴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3.35%, 5.12% 하락 마감했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 증시도 일제히 급락세로 출발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은 진원지는 미국이다.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아지고 있다는 발표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확산됐다. 지난 9년간 이어진 뉴욕 증시의 강세장이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5일 제롬 파월 신임 연준 의장이 취임했다. 미국 CNBC는 “시장이 파월을 첫날부터 시험대에 올려놨다”고 보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부분 다우지수 폭락이 주식 등 위험자산의 본격 약세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한다. 금융위기 때와 달리 뚜렷한 ‘돌발 악재’가 보이지 않고 글로벌 경기는 계속 회복 흐름을 타고 있어서다. 삼성증권 오현석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약세장의 시작은 아니라고 본다”며 “미국 증시가 언제 안정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양기인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한국 증시는 수출주 중심으로 반등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다우지수 폭락이 사람의 차익실현 욕구보다는 기계의 ‘프로그램 매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우지수는 5일 오후 3시3분부터 불과 9분 사이 3.5%나 급락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서 펀드 자금이 자동으로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 조연주 연구원은 “감정을 배제한 프로그램 매매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하락세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증시의 조정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IBK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약세장이 시작될 가능성도 50% 정도 된다. 현재 주식시장은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너무 높다”라며 “새로운 동력이 나오지 않는 이상 1분기 내 추가적인 상승세가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이석희 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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