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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논란 후 웃음기 가셨지만… 적응훈련 심석희, 비장함 보였다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6일 강원도 강릉영동대 빙상장에서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강릉=김지훈 기자


초등학생 때 ‘평창 금메달’ 목표
꿈 이루려 더 빠르게 많이 움직여


관중석 뒤의 좁은 공간에서 잠깐 몸을 풀었지만 심석희는 허투루 하지 않았다. 기둥에 묶인 코너벨트에 의지, 자세를 취할 때 표정은 실전과 같은 비장함이 엿보였다.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빙판에 들어서 더 빠르게, 더 많이 움직이면서 심석희는 자신을 단련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6일 오전 강원도 강릉영동대 쇼트트랙 연습장에서 첫 적응 훈련을 가졌다. 전날 선수촌에 입촌한 대표팀 선수들은 가볍게 몸을 풀고, 빙판을 달리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이날 심석희는 단연 돋보였다. 계주 연습에선 더 힘차게 다음 주자의 등을 밀었다. 김선태 대표팀 감독이 “한 번씩만 더하자”라고 주문하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앞장서 트랙을 돌았다. 더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하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빙판 위에서 털어내는 듯 했다.

심석희는 전날 선수촌 입촌에 앞서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나섰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취재진이 “심석희 선수 왜 그러냐. 웃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건넬 정도였다. 지난달 코치로부터 폭행당하고 선수촌을 이탈한 심석희는 마음고생을 이어왔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금메달을 정조준 중인 심석희의 메달 전망도 어두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심석희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막내였지만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중국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력은 물론 두둑한 배짱으로 일약 국민적 스타가 됐다.

심석희의 아버지 심교광씨는 최근 딸의 악바리 정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줬다. “2007년 석희가 초등학교 3학년 때에 신경성 배앓이로 병원에 한 달간 입원을 했다. 당시 쇼트트랙 선수를 관둘 뻔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그런데 석희가 퇴원을 1주일여 앞두고 갑자기 훈련장으로 가 동료들의 훈련 장면을 다 지켜본 후 자기 혼자 땀을 쏟으며 트랙을 돌고 나왔다”

심씨는 “석희가 초등학생 시절 종이에 ‘2014년도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적은 뒤 벽에 붙여놓을 정도로 열성이 넘쳤다”고 덧붙였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평창이 뛰어들 때였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자신의 꿈이었던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기 위해 심석희는 막바지 담금질을 하고 있다. 훈련에 만족했던 것일까. 심석희는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하는 버스 탑승 전 엷은 미소를 보여줬다.

강릉=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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