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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아이스하키 단일팀 ‘언니-동생’ 된 선수들… 용어장벽은 없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5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세라 머리 감독(오른쪽 첫 번째)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을 하고 있다. 강릉=김지훈 기자


女 아이스하키 단일팀 강릉 관동하키센터 첫 적응 훈련

머리 감독 빙판서 호각 불며 지휘
선수들 일사불란하게 지시 이행
1시간여 강훈도 분위기 화기애애
南 선수, 北 선수 붙잡고 함께 셀카


“슛을 북한에서는 ‘쳐넣기’로 말하지만 이제는 서로 다 알아듣는 분위기다.”

훈련을 마친 후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골리 한도희는 하나 된 팀의 분위기를 전했다. 남북의 분단도, 용어의 장벽도 ‘언니-동생’이 된 단일팀 선수들에게는 문제가 아니었다. 남북단일팀 선수들은 1시간 20분가량의 고된 훈련을 소화하면서도 힘든 기색보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모습이었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5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첫 현지 적응 훈련을 가졌다. 관동하키센터는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리는 곳이다. 올림픽 남북단일팀은 전날 인천 선학국제빙상경기장에서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치렀고, 이날 새벽 강릉선수촌에 입촌했다.

35명의 선수 중 전날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선수 위주로 15명을 구성, 훈련이 진행됐다. 평가전을 뛴 선수들은 피로와 몸 상태 등을 고려, 훈련에서 빠졌다. 머리 총감독은 직접 빙판에 서서 호각을 불며 선수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했다. 김도윤 남북단일팀 코치가 연신 머리 감독의 지시사항을 선수들에게 전파하는 모습이었다. 김 코치가 “알겠어”라고 물으면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중간 중간 머리 감독이 전술 등을 설명하기 위해 선수들을 불러 모으면, 모든 선수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지시에 집중했다.

선수들은 2명씩 짝을 맞춰 공수 역할을 맡아 몸싸움을 펼치기도 했고, 드리블을 한 뒤 슛을 쏘는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했다. 고된 훈련이었지만 선수들은 힘든 기색보다 함께 어울려 즐기는 모습이었다. 자체 청백전을 마친 후 진 팀 선수들에게는 퍽과 골대 정리 등의 벌칙이 주어지기도 했다. 훈련을 마친 후 일부 선수는 하키 퍽을 다른 하키 퍽으로 맞히는 게임을 했다.

훈련에 앞서 가벼운 복장으로 모습을 드러낸 훈련 미참가 선수들 중 박윤정과 이진규는 북한 선수 김은향을 붙잡고 함께 셀카를 찍었다. 남북단일팀에서 호흡을 맞추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면서 ‘언니-동생’이 돼 가는 것으로 보였다.

이날 훈련을 마친 후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고 즐기고 있다”며 “라커룸에서 남북 선수를 나눠서 보지 않고 한 팀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날 남북단일팀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느꼈다”며 “그 정도로 많은 경찰이 우릴 호위할지 몰랐다”고 웃으며 밝혔다.

캐나다에서 귀화한 임대넬은 “남북단일팀이 한 팀으로서 플레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도희는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있을 때부터 함께 훈련을 해와 특별히 달라진 것 없이 평소와 같았다”고 훈련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남북 선수들끼리 언니·동생하면서 잘 지내고, 경기에서 호흡을 잘 맞추기 위해 평소에도 일상적 대화를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훈련을 마친 후 힘들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북한 선수는 “괜찮습네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강릉=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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