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전성시대… 아이돌도 곡 써야 진짜 ‘대세’



가요계 싱어송라이터 전성시대

그룹 ‘아이콘’ 리더 비아이, 새 앨범 ‘리턴’
수록 12곡 작사·작곡 참여하며 재능 과시

보아·수지도 신규 앨범 수록곡 작사·작곡
지드래곤·아이유는 남의 노래까지 만들어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하는 가수,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 전성시대다. 요즘은 처음부터 싱어송라이터를 표방한 가수뿐 아니라 아이돌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가창과 퍼포먼스 능력뿐 아니라 작사·작곡 능력을 보여주면서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 창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콘셉트나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이라도 넣으려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그룹 아이콘의 정규 2집 앨범 ‘리턴(Return)’의 타이틀곡 ‘사랑을 했다’는 5일 현재 주요 음원차트에서 12일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 앨범은 리더 비아이가 없었더라면 나올 수 없었다. 비아이가 타이틀곡을 비롯해 수록곡 12곡의 작사·작곡에 모두 참여했기 때문이다. 비아이는 최근 인터뷰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작업했다”며 “아직은 음악 작업이 일보다는 취미에 가까워서 부담을 느끼기보다 순간순간 재미있게 했다”고 답했다. 비아이는 2015년 정규 1집의 모든 수록곡 작업에도 참여했다.

자신이 부를 곡을 스스로 만드는 건 당연한 분위기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컴백한 그룹 미쓰에이 출신의 수지도 수록곡 ‘나쁜X’의 작사·작곡, ‘소버(SObeR)’와 ‘너는 밤새도록’ 작사에 참여했다. 보아도 신곡 ‘내가 돌아’의 작사에 기여했다. 앞서 2015년 정규 8집 앨범 ‘키스 마이 립스(Kiss My Lips)’ 전곡의 작사·작곡에도 참여했다. 헨리도 신곡 ‘몬스터(Monster)’의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최근 미니 2집 앨범을 내놓은 신인 그룹 레인즈의 이기원도 타이틀곡 ‘턴 잇 업(Turn It Up)’의 작사·작곡에 이름을 올렸다.

싱어송라이터들의 성과도 도드라지고 있다. 수록곡 일부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앨범 타이틀곡과 다른 가수의 곡까지 만들 정도로 진화했다. 아이유와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블락비의 지코, 하이라이트의 용준형, B1A4의 진영이 대표적이다. 작사·작곡은 물론 안무도 맡아 ‘가내수공업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붙은 세븐틴에선 우지가 활약한다. 지난해 전 멤버가 모든 수록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한 그룹 갓세븐에선 리더 JB가 ‘데프소울(Defsoul)’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만든다.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는 음악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싱어송라이터 장재인이 지난달 내놓은 신곡 ‘버튼(Button)’은 윤종신이 만든 곡이다. 하지만 장재인은 앨범 전체의 시각적 연출을 이끌면서 자신을 불어넣으려고 애썼다. 장재인은 인터뷰에서 “통째로 맡겨버리면 자아가 없다”며 “자신이 표현될 때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윤하도 지난달 인터뷰에서 “작사·작곡뿐 아니라 인쇄소에 들어가는 앨범의 종이와 색깔까지 신경 썼다”며 “앨범이 내 새끼 같다”고 전했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한국 가요계에선 자신이 직접 곡을 쓰지 않는 가수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아이돌들도 그런 시선 속에서 인정욕구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드래곤 같은 가수들이 음악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보면서 후배 가수들이 학습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음악평론가인 김작가는 “싱어송라이터는 자신의 색깔을 곡에 분명히 불어 넣는다”며 “음악의 창작 주체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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