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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단일팀 졌지만 빛난 투혼… ‘COR’ 돌풍 시작됐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4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가진 인천 선학국제빙상경기장에 만원관중이 모여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경기장 전광판에 단일팀이 ‘COR’로 표기돼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女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첫 평가전

北 선수들 기대 이상 기량 과시
머리 감독 예상 깬 라인업
北 정수현 2라인 공격수 투입
3피리어드 들어 스웨덴과 접전
골 결정력 부족 추가골 못 뽑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의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쉬운 석패였다. 하지만 승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남북 선수가 한반도 지도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함께 빙판을 누볐다는 사실이었다. 관중은 투혼을 불사른 단일팀에 아낌없는 격려의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단일팀 선수들은 관중에게 인사하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단일팀은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경기장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1대 3(1-3 0-0 0-0)으로 패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달 25일 방남한 북한 여자 대표팀과 단일팀을 꾸려 합동훈련을 하며 손발을 맞췄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단일팀은 세계랭킹 5위의 강호 스웨덴을 맞아 강한 투지를 보여주며 돌풍을 예고했다.

이날 평가전은 북한 선수단이 단일팀에 합류한 이후 처음 치른 경기여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머리 감독은 22명의 경기 엔트리 가운데 북한 선수를 4명(공격수 3명·수비수 1명) 포함시켰다. 북한 공격수들의 기량이 생각보다 뛰어나자 머리 감독은 예상을 깬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북한의 에이스 정수현을 2라인 공격수로 투입했고, 여송희에게는 단일팀 3라인 센터를 맡겼다. 그리고 센터 김은향과 수비수 황충금을 4라인에 배치했다.

스웨덴은 경기 초반부터 단일팀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단일팀은 당황하지 않고 수비에 집중하면서 역습을 노렸다. 잘 버티던 단일팀은 1피리어드 16분16초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스웨덴의 한나 올손은 단일팀 진영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줬고, 레베카 스텐베리가 이를 받아 가볍게 밀어 넣었다. 단일팀은 1피리어드 17분50초엔 올손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반격에 나선 단일팀은 1피리어드 18분15초에 만회골을 터뜨렸다. 박채린의 기가 막힌 패스를 받은 대표팀 에이스 박종아는 상대 골리와의 1대 1 찬스에서 날카로운 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단일팀은 1피리어드를 12초를 남기고 에리카 칼손에게 세 번째 골을 내줬다. 1피리어드가 끝났을 때 단일팀은 1-3으로 뒤져 있었다. 단일팀이 1피리어드 5분을 남겨 놓고 집중력이 약해져 3골을 내준 것은 아쉬웠다.

단일팀은 2피리어드 들어서도 유효슛에서 2대 13으로 몰렸다. 하지만 골리 신소정의 선방으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단일팀은 3피리어드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안정된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며 스웨덴과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3피리어드 시작 18초와 13분27초에 파워 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 기회를 잡았지만 골 결정력 부족으로 추가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스웨덴전을 마친 단일팀은 곧바로 강릉선수촌으로 향했다. 이날 경기에선 시간 계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기가 끊기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김태현 기자, 공동취재단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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