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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화재 ‘기본’이 참사 막았다

작업복을 입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에서 경찰, 소방 당국과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 당국과 병원 측의 신속한 대응, 스프링클러와 방화벽 등 안전장비 정상 작동이라는 기본이 지켜졌다. 191명의 사상자를 낳은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달랐던 점이다.

화재는 3일 오전 7시56분 병원 본관 3층 5번 게이트 천장에서 시작됐다. 소방 당국은 병원 측의 신속한 신고로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관할 소방서 인력과 장비도 총동원됐다. 두 차례에 걸쳐 소방관 270명과 소방차량 80대가 긴급 출동했고 소방헬기도 동원됐다. 불은 2시간여 뒤인 오전 9시59분 완전 진화됐다.

불이 난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은 입원실이 없지만 편의점과 푸드코트, 외래환자가 주로 이용하는 진료소 등이 있어 평소에도 붐비는 곳이다. 화재로 인해 연기가 3층부터 7층까지 빠르게 퍼졌고 중환자실이 있는 8층에서도 미세하게 연기가 관측됐다. 연기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제대로 대피하지 못했을 경우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컸다.

그러나 병원과 소방 당국의 대응은 달랐다. 스프링클러와 방화벽 등 소방 안전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불이 빨리 번지지 않았다. 연세의료원은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스프링클러와 구역별 방화셔터가 작동해 조기 진화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환자 대피도 빨랐다. 입원환자와 보호자, 직원 등 300여명은 병원과 소방 당국의 안내에 따라 본관 옥상이나 다른 병동으로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입원환자 7명과 외래환자 1명이 연기를 들이마셨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직후 병원은 이들을 대피시키고 원내 방송을 통해 상황을 알렸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소방관과 직원 등이 업어서 이동시켰다. 실외로 대피한 환자들에게는 담요를 지급해 2차 피해를 막았다. 병원 측은 “환자 대피 계획에 따라 화재경보 발령 때부터 외래 및 입원 환자에 대한 대피조치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서대문경찰서는 4일 오전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에서 화재 관련 합동감식을 실시했다. 경찰은 이날 피자가게 화덕에서 발생한 불씨가 화재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이 불씨가 환기구 내부로 들어가 기름찌꺼기에 불을 붙였고, 이 불이 60m 떨어진 5번 게이트까지 번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덕에서 조리하던 중에 불씨가 튀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푸드코트 등 시설 관계자의) 과실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글=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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