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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단일팀 요구하면서 ‘타이완’ 호칭은 금지… IOC의 모순


1964년 도쿄올림픽 관련
IOC, 한반도기 등 제안
79년엔 나고야 결의안 통해
‘차이니스 타이페이’ 강요


“브란데이지(에이버리 브런디지)의 요구로 그의 방을 월터 정(정범택)과 손기정이 방문했는데 거기에는 북괴 대표도 참석하였음. 브란데이지는 그 자리에서 조속히 남북한 대표가 다시 어떤 지역에서 만나 해결할 것을 말했으며…”

이는 스위스 제네바 총영사가 1963년 2월 외무부(현 외교부)에 보낸 전보 속 문구다. 스위스를 방문한 우리 측 인사들이 당시 IOC 위원장의 초대로 방에 찾아갔더니 북한 인사들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브런디지 위원장은 “한반도 지도 위에 오륜 표식을 한 깃발이 어떻겠느냐”며 한반도기를 제안했다.

당시 IOC는 모스크바 총회에서 “64년 도쿄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이 참가한다”는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다. 일방적인 결정에 우리 정부는 “민간 체육인의 회담이므로 환영하거나 거부할 입장은 아니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IOC는 스위스나 홍콩 등지에서 남북체육회담이 있을 때마다 “회담에 협조하고, 대표단과 긴밀히 소통하자”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이 같은 사례들은 선수들의 정치성을 엄히 금지하는 IOC가 스스로는 국제정세와 이해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모순으로 지적되곤 한다. 민족주의와 갈등관계를 올림픽의 흥행 동력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이사는 “IOC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허상을 만들고, 올림픽을 미화해 왔다”고 지적했다.

많은 올림픽 참가국의 호칭 문제에서도 IOC는 자유롭지 못하다. 대만은 아직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타이완’ 대신 여전히 ‘차이니스 타이페이’라는 국가명으로 올림픽에 나와야 한다. IOC가 79년 통과시킨 나고야 결의안의 결과인데, 세계 각계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IOC는 정치적 목적을 스포츠 정신보다 상위에 두기도 한다. IOC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논의하던 지난달 로잔 회담에서 먼저 “북한 선수 5명이 뛰게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측의 의견은 ‘3명’이었다. 최 이사는 “IOC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이제 많은 이들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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