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과학] KTX와 안전벨트

KTX 내부 사진. 출처:코레일


다음 주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KTX를 타면 1시간 남짓한 시간에 평창에 도착한다고 하니 숙박비 걱정 없이 설원의 축제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고속철을 타다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고속철 내부에는 안전벨트가 없다. 자동차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제한 속도 60㎞인 시내에서나 제한 속도 100㎞인 고속도로에서나 위법 사항으로 3만원의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왜 시속 300㎞에 이르는 KTX에는 안전벨트가 없을까?

여기에는 관성이라는 재미있는 물리법칙이 숨어 있다. 관성이란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는 성질로 뉴턴의 제1법칙으로 설명된다.

관성을 변화시키려면, 즉 물체의 속도를 변화시키려면 힘이 작용해야 한다. 작용 힘에 비례해서 가속도가 발생한다. 이것이 뉴턴의 제2법칙이다. 질량은 바로 관성의 크기를 물리적으로 정의한 양이다. 질량이 큰 물체는, 즉 무거운 물체는 관성이 커서 움직임의 변화를 주기 어렵다.

자동차에는 안전벨트가 있지만 KTX에 없는 이유는 바로 자동차와 기차가 가진 관성의 크기 차이 때문이다.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가벼워서, 즉 관성이 작아서 급가속 혹은 급제동이 쉽다. 시속 100㎞로 달리다가도 긴박한 상황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몇 초 이내에 바로 멈출 수 있다.

속도가 갑자기 줄면 탑승한 사람은 관성 때문에 계속 움직이려고 해서 차 밖으로 튕겨나가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에 타면 반드시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 이유다. 반면 기차는 매우 무거워서, 즉 관성이 매우 커서 브레이크만으로는 갑자기 멈출 수가 없다. 시속 300㎞로 달리는 KTX가 완전히 멈추려면 3㎞ 이상의 거리가 필요하고, 완전히 멈출 때까지 몇 분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천천히 감속하므로 몸이 튕겨나갈 정도의 속도 변화가 없다. 그래서 안전벨트가 필요하지 않다.

이남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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