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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치과 치료·생일파티… 아이스하키 北女 환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단이 29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최은경(오른쪽 세 번째)의 생일잔치를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내래 생일인데 이가 아픕네다.”

지난 28일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의 주장을 맡고 있는 진옥(28)은 생일을 맞이했다. 생일임에도 진옥의 얼굴은 부었고 수심이 가득했다. 진옥은 연일 이어지는 치통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통증이 멈추지 않자 진옥은 이 사실을 진천국가대표선수촌 관계자에게 털어놨다. 자칫 북한 선수들의 주장이자 맏언니인 자신의 컨디션 저하가 팀 전체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옥은 선수촌 메디컬센터에서 처방받은 진통제를 먹었으나 일시적일 뿐이었고 통증이 계속됐다. 이를 보고 받은 이재근 선수촌장은 이날 즉각 조치에 나섰다. 우선 북측 관계자들에게 치료를 해도 되겠냐는 의사를 물었다. 북측 관계자들은 “그러면 정말 고맙겠다”며 흔쾌히 동의했다.

선수촌 메디컬센터에서는 치과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외부의 도움이 필요했다. 선수촌에서 서울의 A대학병원 관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치과의사협회의 협조를 받아 치과 이동진료 차량을 동원했다. 그렇게 선수촌으로 달려가 진옥을 치료할 수 있었다.

그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옥은 심한 충치로 인해 신경이 세균에 감염돼 염증이 유발되는 치수염을 앓고 있었다”며 “다른 이에도 충치가 좀 있었지만 우선은 치수염을 앓고 있던 이를 신경치료 해 아프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치수염은 충치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두면서 생기는 병이다. 상아질이 충치에 의해 무너지고 치수(치아 중심부 신경 등이 지나는 곳)까지 세균이 침입,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그는 “치수염은 통증이 아주 심해 아이를 낳는 산고보다 더 아프다고 할 정도”라며 “진통제를 먹어도 3시간을 못 간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진옥이 제때에 치료를 받지 않고 진통제에 의존했다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경기에 뛰기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됐다. 진옥은 치료를 해준 교수와 선수촌 관계자들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과 치료를 마친 후 한결 컨디션이 회복된 진옥은 자신을 기다리던 또다른 깜짝 선물을 받았다. 훈련을 마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선수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진옥의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 그러나 생일 파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최은경(24)은 “제 생일은 내일이라요”라고 고백했다. 남북 선수들은 모두 “와”하고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그래서 28일처럼 29일에도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손발을 맞추는 합동훈련을 끝낸 뒤 최은경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남북 선수들은 진옥의 생일 때처럼 생크림 케이크에 촛불을 붙인 뒤 둥글게 서서 최은경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남한에서 특별한 생일을 맞은 두 선수는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9일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세라 머리(30) 남북단일팀 총감독은 새롭게 합류한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손발을 맞추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다. 서로의 호흡이 중요한 아이스하키에서 남북 선수 간 유대감이 쌓이고 가까워지는 것은 경기력에도 한층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부터 합동훈련에 들어간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짧은 기간 손발을 맞춘 뒤 다음 달 4일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통해 첫 선을 보인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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