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믿지 마라! 기적은 땀에서 나온다” 박항서의 ‘無행운론’

 
박 감독이 지난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전에서 베트남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 AFC 제공


베트남 축구 영웅 된 ‘작은 거인’ 박항서

기적의 행운 믿지 않고 오직 훈련
낮은 리더십… 부임 3개월 만에
亞 U-23 챔피언십 준우승 견인


“16년 전 나는 한국 국가대표팀 코치로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돕는 입장이었고, 결과에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국가대표팀 감독이며, 오늘의 경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실패를 겪은 감독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국 장쑤성 쿤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대회에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박항서(59) 감독은 지난 27일(한국시간) 경기 직후 AFC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던 히딩크 감독의 명언을 떠올리게 한다.

동남아시아 축구 사상 최초의 역사를 일궈낸 감독으로는 퍽 소박한 소감이기도 했다. 베트남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박 감독은 이미 국민적 영웅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SNS에 “부임 3개월 만에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아시아 정상권으로 끌어올린 박항서 감독의 노고에 우리 국민도 기뻐하고 있다”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거둔 박 감독의 성공은 운에서 파생된 게 아니라 철저한 전술 덕분인 것으로 통한다. 그는 AF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베트남이 뛰는 스타일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했다”며 “나는 배우고, 공부하고, 더 많은 것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해외 언론은 이번 대회 베트남 돌풍의 기반을 박 감독의 낮은 리더십이었다고 진단한다. 박 감독 스스로가 이질적인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 애썼다는 평가다. 그런 박 감독은 선수들의 용기를 북돋기 위한 코멘트를 팀 안팎에서 계속 쏟아냈다. 대회 중에는 “베트남 선수들은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아시아 축구 강국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다”며 “선수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믿게 하는 것이 나의 주된 임무”라고 말했다.

이라크를 꺾고 동남아시아 축구 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성공한 직후에는 “선수들은 자격이 있다. 기적을 만들 수 있는 행운은 없다. 기적은 피와 땀에서 나올 뿐”이라고 인터뷰를 했다. 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아깝게 패한 뒤에도 “나의 선수들은 단단하고 단합된 팀임을 증명했다”며 “미래에는 베트남 축구가 더욱 성공적일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는 엄청나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베트남 에이스 응우엔 쾅 하이는 “박 감독은 우리에게 자신감을 준다. 경기에 모든 걸 쏟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골키퍼 부인 티엔 둥은 “박 감독은 외국인이지만 우리에게 항상 자랑스러우며, 최고의 결과를 위해 경쟁할 자신감을 북돋워준다”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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