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금의환향 “톱10 진입 칭찬, 현실로 만들 것”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대회에서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올린 정현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환영하러 나온 수많은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정현은 “세계랭킹 톱 10에 욕심이 난다”며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공항=윤성호 기자


“환영 인파에… ‘큰일 했구나’ 실감
카메라 렌즈에 ‘보고 있나’ 글귀
김일순 감독과 개인적 약속 때문”


“‘톱10(상위 10위권) 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칭찬한 선수들의 말을 입증할 겁니다.”

2018 호주오픈 남자 단식 4강 진출로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쓴 정현(22)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300여명의 환영 인파와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정현은 “공항에 나와 보니 큰일을 하고 돌아온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정현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날이 빨리 와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테니스가 나로 인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호주오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질문 받곤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아 하나만 못 꼽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최초로 8강에 진출했을 때가 생각나고, 조코비치와 2년 만에 같은 코트에서 만난 것이 영광이었는데, 그를 이긴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현은 준결승에서 만난 로저 페더러에 대해 “정말 부드럽다는 것을 느끼면서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드럽다 보니 체력적으로 덜 지치는 것 같다”며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페더러와의 경기 도중 기권을 하게 만든 발바닥 부상에 대해서는 “아직 발에 통증이 남아 있다. 병원에 가서 온몸을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계 카메라 렌즈에 ‘보고 있나’라는 글귀를 남긴 세리머니를 한 데 대해 “김일순 감독님과의 개인적인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주니어 시절 정현을 발탁해 가르쳤던 은사다. 정현은 “국민들에게 희망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박지성 김연아 박태환처럼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다”는 취재진의 말에는 “정말 훌륭한 선수들과 비교해주시는데, 그 선수들을 롤모델 삼아 쫓아 가겠다”고 답했다.

정현은 몸 상태를 점검한 뒤 5월에 열릴 프랑스오픈 참가를 준비한다. 하드코트에서 치러진 호주오픈과 달리 프랑스오픈은 붉은 점토질인 클레이코트에서 진행된다. 서브의 위력이 반감되는 클레이코트에서는 하드코트보다 랠리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수비에 강한 정현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분석된다.

정현은 그간 자신을 지도했던 네빌 고드윈 코치를 정식으로 영입한다. 고드윈이 만든 정현의 서브 폼은 뛰어난 다리 힘을 극대화하는 형태였다고 한다. 고드윈은 “정현의 서브는 앤디 로딕과 같은 종류”라며 “정현의 게임 동력은 다리에 있다. 다리 힘을 더 많이 모을수록 더욱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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