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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태현] 응답하라 88올림픽



1988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지구촌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이 강원도 평창에서 펼쳐진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대회가 아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문화, 경제를 아우르고 성별, 국가, 종교, 인종을 초월하는 인류 최대의 제전이다. 올림픽을 치른 도시는 하나같이 “가장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역대 가장 위대한 대회로 꼽히는 대회는 서울올림픽이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발간한 책 ‘위대한 올림픽’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제정세의 묘한 기류에 휩쓸려 많은 공포와 위협에 직면했던 제24회 서울올림픽은 올림픽 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위대한 대회로 기록되게 되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우선 동서 화합을 이뤄낸 완전한 대회였다. 1972 뮌헨올림픽은 아랍 테러 조직의 이스라엘 선수단 습격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1976 몬트리올올림픽에선 32개 아프리카 국가들이 뉴질랜드가 인종 차별이 지속되고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럭비 경기를 했다는 이유로 IOC에 뉴질랜드의 참가를 반대했고, 이 요구가 IOC에 의해 거부되자 대회를 보이콧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1980 모스크바올림픽에선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판하며 미국 주도로 서방국가들이 대거 불참했다. 서울올림픽은 12년 만에 동서 국가들이 모인 진정한 평화 제전이었다.

서울올림픽은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계기가 됐다. 대회 이후 소련이 해체되고, 동유럽의 공산권은 엄청난 속도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어 국제적인 화해 분위기가 확산됐다. 동서 냉전의 시대를 마감하는 데 큰 양향을 끼친 올림픽이 바로 서울올림픽이다. 또 한국은 민주화와 선진국 진입의 동력을 얻게 됐다. 1987년 폭발한 민주화 흐름은 올림픽을 거치면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후 90년대 초반 남북 간 데탕트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시민의식도 한 단계 선진화됐다.

이제는 평창올림픽이다. 북한의 참가 결정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 닫혔던 남북 대화의 창도 다시 열렸다. 평창올림픽이 서울올림픽을 뛰어넘는 위대한 대회가 될 수 있도록 각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글=김태현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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