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정현이 있기까지… ‘미스터 충’ 만든 지원군들


 
정현의 아버지 정석진씨와 어머니 김영미씨, 형 정홍씨(위 사진 앞줄 오른쪽부터)가 지난 22일(한국시간)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와 대결을 벌이는 정현을 응원하고 있다. 아래 사진 왼쪽부터 정현의 지원군인 김일순 전 삼성증권 감독, 박성희 박사, 손승리 코치. AP뉴시스, 대한테니스협회·테니스코리아 제공


테니스 가족이 가장 큰 힘
조코비치 꺾고 큰절 화제

김일순 감독도 일등공신
카메라에 쓴 캡틴 주인공

박성희 박사 심리 도우미
긍정 마인드로 긴장 이겨
손승리 코치도 돌풍 일조


세상에 혼자 피는 꽃은 없다. 기름진 흙과 깨끗한 물 그리고 따뜻한 햇볕이 있어야 꽃은 피어난다. 스포츠 스타도 마찬가지다. 가족과 스승 그리도 주위 사람들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야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정현(22·삼성증권 후원)도 든든한 지원군을 둔 덕분에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정현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것은 역시 가족이다. 그는 지난 22일 대회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세계랭킹 14위·세르비아)를 꺾은 뒤 관중석 플레이어 박스를 향해 큰절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그곳엔 중고테니스연맹 전무이사인 아버지 정석진(52)씨와 ‘테니스 맘’ 김영미(49)씨 그리고 현대해상에서 테니스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형 정홍(25)씨가 있었다.

가족은 26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준결승전에서도 경기장을 찾아 왼발이 불편한 상태로 경기를 치른 정현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응원했다. 정현은 남자프로테니스(ATP)와의 인터뷰 동영상에서 “가족은 문자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잘했다고 응원해 준다”며 “우리 엄마는 항상 저보다 더 걱정하는 분이다”고 말했다.

가족만큼이나 정현을 뜨겁게 응원하고 있는 이는 김일순(49) 전 삼성증권 감독이다. 정현은 조코비치와의 16강전 승리 후 중계 화면에 ‘캡틴, 보고 있나’라고 썼다. 캡틴이 바로 김 감독이다. 정현은 중학교 시절 미국 유학을 떠났지만 현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삼일공고로 진학한 뒤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게 된 정현은 삼성증권 사령탑이던 김 감독을 만나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정현만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제자를 위해 헌신했다.

정현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면제를 받은 뒤 해외로 진출했다. 성격이 예민하고 유난히 승부욕이 강한 정현은 입스(심리 불안 상태)때문에 고전했고, 세계랭킹 10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때 정현을 도운 이가 스포츠심리 전문가인 박성희(43) 박사다. 정현은 박 박사의 심리 상담을 받은 뒤 약점이었던 정신력이 강해졌다.

박 박사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현과의 상담 내용은 비밀이기 때문에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다”며 “2년 전 윤용일 코치가 슬럼프에 빠진 정현을 내게 데려왔다. 1주일에 한 번 상담을 하며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테니스 스타 출신이다. 한국 선수 최초로 4대 메이저대회 본선에 모두 출전했다. 이 때문에 정현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 박사는 “테니스는 심리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며 “포인트가 나거나 세트가 끝나면 잠깐 생각할 시간이 있다. 이때 긍정적인 생각으로 긴장감을 이겨내야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가 끝나면 문자나 전화 통화로 박 박사와 상담했다.

학구파인 손승리(43) 코치도 정현의 ‘승리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올해부터 네빌 고드윈(43·남아프리카공화국) 코치와 함께 정현을 지도하고 있다.

글=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일러스트=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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