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한 방패 vs 우아한 창… 정현-페더러, 백핸드가 승부 가른다





정현-페더러 4강전 관전 포인트

해외언론 “정현은 방어 기계”
우직한 양손 백핸드 호평
유일한 약점은 약한 서브

페더러, 화려한 공격 인상적
우아한 한손 백핸드 구사
“멋지지만 약하다” 평가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정현(22)은 26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간) 시작되는 2018 호주오픈 준결승전에서 세계랭킹 2위 로저 페더러(36·스위스)를 만난다. 돌풍의 신예와 테니스의 ‘황제’가 맞붙는 대결이다. 또한 우직한 방패와 우아한 창이 부딪히는 공수의 대결이기도 하다.

정현과 페더러는 똑같은 오른손잡이 선수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판이하다. 해외 언론들은 정현을 방어 기계(defensive machine)라고 부른다. 어떤 세기·구질의 공격이든 정확히 받아쳐 베이스라인 근처로 떨어지게 하는 능력이 상대의 범실을 유도한다는 분석이다.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는 16강전에서 정현에게 패한 뒤 “그는 마치 벽(wall) 같았다”고 말했다. 8강전 상대였던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의 범실은 정현보다 5개 많았다.

페더러는 공·수 양면이 모두 뛰어나지만 화려한 공격이 좀더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포핸드 스트로크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아름답다’는 소리를 듣는 수준이다. 강한 서브를 넣은 뒤 네트 앞으로 달려 나가 발리 공격(공이 땅에 닿기 전 받아넘기는 것)을 하는 ‘서브 앤드 발리’에도 뛰어나다. 8강전 상대인 토마스 베르디흐(33·체코)가 1개의 발리 샷을 성공시키는 동안 페더러는 8개를 꽂아 넣었다.

플레이의 시작인 서브에서도 둘의 차이가 드러난다. 8강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정현의 평균 서브 속도는 시속 159㎞, 페더러는 시속 173㎞였다. 첫 번째 서브가 네트에 걸리거나 라인을 벗어난 경우에는 서브 속도가 더욱 차이가 났다. 두 번째 서브끼리만 비교하면 정현의 서브는 시속 139㎞, 페더러는 시속 160㎞였다. 8강전에서 정현은 7개, 페더러는 15개의 서브 에이스(서브한 공이 상대의 라켓에도 맞지 않고 포인트로 이어지는 것)를 성공시켰다.

해외 언론들은 정현의 유일한 약점이 ‘약한 서브’라고 지적한다. 정현의 느린 서브가 페더러의 강력한 리턴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페더러에게 35차례나 리턴 공격 실점을 허용한 베르디흐는 평균 서브 속도가 173㎞였다. 정현은 서브 이후 날카로운 스트로크를 조심해야 한다.

정현은 우직한 양손 백핸드를, 페더러는 우아한 한손 백핸드를 구사한다. 정현의 백핸드가 호주오픈 이전부터 선수들로부터 호평을 들은 반면, 페더러의 경우 “보기에는 멋지지만 약하다”는 소리도 들었다. 지난 10여년간 이어져온 라파엘 나달(32·스페인)과의 라이벌 구도 속에서, 페더러는 나달의 톱스핀 공격을 백핸드로 제대로 받아넘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페더러가 이반 류비치치(39) 코치의 지도를 받은 뒤 그의 백핸드 스트로크는 지난해부터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이임에도 경력을 통틀어 가장 훌륭한 백핸드 스트로크를 치고 있다는 외신의 분석도 있다.

정현과 페더러는 그간 만난 적이 없다. 19차례의 그랜드슬램 우승에 빛나는 황제가 처음 4강에 진출한 22세 소년보다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잃을 게 없는 한국의 ‘언더독’이 이길 수 있다”고 진단한 전문가·언론도 있다. 정현이 랠리를 길게 가져가다가 갑자기 템포를 올리면 ‘전설’에도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더러는 정현이 조코비치를 물리친 16강전처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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