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정현도 하는 ‘심리상담’… 승부에 주는 영향은?

한국 스노보드의 희망 이상호(가운데) 연합뉴스

정현, 호주오픈 8강전 승리 후
“대회 끝나면 전문가와 이야기”

이상호, 상담 받은 후 성적 향상


세계 테니스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정현(22)은 지난 24일(한국시간) 호주오픈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미국·97위)을 3대 0으로 꺾은 뒤 기자회견에서 “보통 대회를 마치고 (스포츠심리 전문가인 박성희 박사와) 느낌이 어땠는지 이야기한다”며 심리 상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2014년 프로로 전향해 승승장구하던 정현은 2016년 위기를 맞았다. 포핸드 스트로크에서 입스(샷 실패 불안 증세)가 찾아오면서 슬럼프에 빠진 것이었다. 정현은 초심으로 돌아가 자세를 교정하는 동시에 박 박사와 심리 상담을 하며 정신력을 강화했다. 정현이 훈련에만 매진하고 심리 상담을 받지 않았다면 한 단계 진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현대 스포츠에서 심리 상담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현은 2년 전부터 테니스 선수 출신인 박 박사의 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한 뒤 인터뷰에서 “심리 상담을 받은 이후 정신력이 강해져 이제 경기 후반에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을 통해 테니스가 힘들긴 하지만 자신에게 주는 행복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박 박사는 한국 선수 최초로 US오픈과 윔블던, 프랑스오픈, 호주오픈 4대 메이저대회 본선에 모두 출전했던 테니스 스타 출신이다. 그는 2000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영국 유학을 거쳐 지금은 스포츠심리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22)도 스포츠심리 상담가인 조수경 박사로부터 심리 상담을 받은 이후 성적이 좋아졌다.

스포츠 지도자들은 심리 상담이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황승현 박사는 25일 “정상급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은 비슷하다. 승부는 심리 상태에 따라 갈릴 수 있다”며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심리 상담을 통해 극복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 심판으로 나서는 오용석 단국대 빙상부 감독은 “예전에는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들의 심리 상담을 맡았는데, 이제는 전문가가 해야 한다”며 “이번에 쇼트트랙 심석희의 폭행 사건을 보면서 ‘평소 심리 상담을 받았더라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은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알파인 스키, 모굴 스키,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등을 위해 심리 상담사들을 파견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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