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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 다 오는데… 북·미 간 직접대화 열릴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 4월 18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상공회의소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펜스 부통령은 다음 달 평창 동계올림픽에 미국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할 예정이다. 사진공동취재단


평창 폐막 후 대화 단초 못만들면
유화 국면도 일회성 이벤트 그쳐
北의 올림픽 선전전 맞불 차원서
美 펜스 부통령, 아베 방한 요구설
‘2인자’ 최룡해 내려올 가능성도
관건은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것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미국 간 직접 대화가 열릴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으로 북·미 관계를 견인해 북핵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다만 현재까지는 북한과 미국 어느 쪽도 대화를 바란다는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평창올림픽 폐막 이후 북·미 대화의 단초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모처럼 찾아온 유화 국면도 일회성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 북·미 대화가 현실화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올림픽 무대 자체부터가 북핵 문제와 같이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에는 적절치 않다. 미국 대표단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대외정책에서 무게감을 가진 인사가 아니다. 미국 국무부도 여러 차례 평창올림픽 기간에 북·미 당국 간 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온 바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24일 “북·미 대표가 평창올림픽에서 공식적으로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자리가 아니다”라며 “올림픽 외에도 북·미가 만나서 논의할 채널과 장소는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펜스 부통령은 상징적 측면이 강하다. 북·미 대화는 물론 우리 측과 한·미동맹을 논의할 가능성도 많지 않다”고 부연했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평창올림픽 무대에서 북한을 견제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의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은 북한의 올림픽 선전전에 맞불을 놓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에서 미·일 대북 공조 전선을 만들기 위해 펜스 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한을 요구했다는 산케이신문 보도도 있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만한 고위 간부를 대표단으로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에 올라 ‘2인자’ 지위를 확고히 한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내려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중량감 있는 북한 인사가 오더라도 북·미 관계보다는 남북관계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를 우회하는 통로로 남북관계를 활용하겠다는 게 북한의 기본 전략이기 때문이다.

펜스 부통령과 북측 대표단장이 공식 회담을 열지는 않더라도 행사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를 나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두 사람 모두 최고지도자와 직접 소통이 가능한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올림픽 이후 북·미 정상 차원에서 대화를 향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도 평창올림픽 이후 북·미 대화를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언사는 강경하지만 대화 재개 조건은 과거 어느 행정부보다도 낮다”라며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관건은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것”이라면서 “미국 행정부가 이렇게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적이 없다. 북한은 지금이 미국과 대화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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