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신드롬] 약시 이긴 오뚝이, 테니스 영웅 우뚝… 정현 누구인가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이 24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을 상대로 승리를 확정지은 뒤 관중석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AP뉴시스


약시 치료 위해 라켓 잡은 후
2008년 ‘오렌지볼 12세부’서
우승하며 ‘스타 탄생’ 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서
금메달 따 병역문제도 해결

호주오픈 후 세계랭킹 상승
전설 이형택 훌쩍 앞설 듯
아버지·형도 테니스 선수


정현(22)은 지난 20일 호주오픈 3회전(32강)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팬들로부터 사인 요청을 받을 정도의 스타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정현은 “그렇지 않다. 아직 테니스는 한국에서 인기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여성 팬들이 연락을 많이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정현은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나흘 만인 24일 정현이 호주오픈 4강에 진출하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1996년생, 20대 초반의 정현이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한국 테니스의 역사가 새롭게 써지고 있다. 호주오픈이 끝나면 정현의 세계랭킹은 이형택이 세웠던 36위를 훌쩍 넘어 30위권에 진입할 것이 유력하다. 명실상부한 한국 테니스 사상 최고의 선수다. 이에 그가 일약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현은 역경을 극복하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오며 현재 자리까지 오른 선수다.

약시를 치료하기 위해 테니스를 시작했던 정현은 2008년 주니어급 테니스대회 중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오렌지볼 12세 이하 대회에서 우승했다. 스타 탄생의 예고편이었다. 2011년에는 오렌지볼 16세 이하 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자 정현에게 ‘한국 테니스의 미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금메달을 따며 병역 문제까지 해결했다.

정현은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단식 금메달을 수확하며 ‘한국 테니스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해 남자프로테니스(ATP) 서배너 챌린저 단식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 남자 테니스 선수로는 이형택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들었다.

상승세를 타던 정현도 서브와 포핸드가 약점으로 노출되면서 2016년 슬럼프를 겪었다. 부상까지 겹치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을 반납하기도 했다. 세계랭킹은 146위까지 추락했다.

정현은 꾸준한 연습으로 약점을 극복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기량은 오히려 슬럼프 전보다 성장했다. 지난해 5월 독일 뮌헨 BMW 오픈 4강에 들었고,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32강에 진출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차세대 테니스 황제 자리를 노리는 21세 이하 또래 라이벌이 총출동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ATP 투어 통산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정현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매 경기 승리 뒤 인터뷰에서 빠짐없이 거론되는 그의 가족들도 주목받고 있다.

정현은 ‘테니스 가족’의 막내다. 아버지 정석진(52)은 정현의 모교인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을 지냈다. 현역 시절 대한항공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현재는 중고테니스연맹 전무이사를 맡고 있다.

정현의 형 정홍(25)은 현대해상 테니스 선수로 활약 중이며 오는 29일 국군체육부대 입대를 앞두고 있다. 입대 전 동생을 직접 응원하고 싶어 이번에 호주까지 갔다고 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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