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신드롬] “스타가 나타났다”… 지구촌 흥분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이 24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을 상대로 승리를 확정지은 뒤 관중석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AP뉴시스


“정현 신발에 날개·바퀴
달렸는지 당장 조사해야”
외신들도 줄줄이 극찬

4강 상대 질문에 “50대50”
재치있는 인터뷰도 눈길


“정현의 세계랭킹이 58위라는 것은 가짜 뉴스다.” “정현의 신발에 혹시 날개나 바퀴가 달렸는지 당장 조사해야 한다.” “그는 괴짜(geek)처럼 보이지만 거인(giant)처럼 플레이한다.”

세계 언론이 정현이라는 테니스 스타의 탄생을 긴급 조명하고 있다.

호주 일간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24일(한국시간) “그의 흰색 안경에도 불구하고 멜버른에서 가장 열렬한 테니스 팬들만이 정현이 누군지를 알아봤었다”며 “불과 10일 남짓 흐른 지금 정현은 ‘셀카’를 같이 찍어주거나 사인을 해주지 않고서는 멜버른파크를 두 걸음도 걸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정현은 ‘우상’ 노박 조코비치를 꺾은 이후 코트에서 퇴장할 때 4명의 경호원에게 둘러싸이는 선수가 됐다.

고도근시인 정현이 초록색을 많이 보는 게 좋다는 이유로 테니스를 시작했다는 것도 외신들의 관심거리다. 정현은 트레이드마크가 된 안경과 함께 ‘과학자’나 ‘교수’라는 별명으로 대서특필되고 있다. 여러 외신은 정현이 안경을 쓰고도 불편해하지 않는 이유, 정현의 아버지 역시 테니스 선수였다는 사실, 정현이 테니스 선수 이전 태권도 선수였던 이력까지 상세히 전달하고 있다.

외신들은 정현의 뛰어난 플레이 이외에 여유 있는 인터뷰 태도에도 주목한다. 정현이 “준결승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토마스 베르디흐(체코) 가운데 누굴 만나는 게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50대 50”이라고 답하자 영국 가디언은 “그는 환상적인 테니스 선수인 동시에 외교관이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제3자를 자극할 만한 곤란한 질문에 세련된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정현을 “겸손하고 조용하며 화려하지 않지만 부드럽게 으스대는 선수(스웨거)”라고 표현했다.

테니스 전문 작가인 코트니 누엔은 이날 트위터에 태극기 사진과 K팝 음악 링크를 잔뜩 올렸다. 그는 정현이 관중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을 게재하며 “아시아인은 이런 것을 하지 않도록 길러졌기 때문에 놀랍다”고 썼다.

전 테니스 스타인 매츠 빌란더(스웨덴)는 유로스포츠와의 대담에서 “로저 페더러가 은퇴한 이후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선수 중 한 명은 정현”이라고 극찬했다. 빌란더는 국제 테니스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테니스계의 ‘전설’이다.

그는 “정현이 조코비치에 맞서 경기하던 모습을 향후 토너먼트에서 계속 보여줄 수 있다면 나는 미래의 가장 밝은 테니스 스타로 정현을 골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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