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길號-박항서號, 뭐가 다른가



亞 U-23 챔피언십 ‘희비 쌍곡선’

김, 약점 보완 실패로 용병술 한계
박, 선수 장점 극대화해 위기 극복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출전한 한국 ‘김봉길호’와 베트남 ‘박항서호’의 희비가 엇갈렸다. 김봉길호는 23일 중국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1대 4로 패했다. 반면 박항서호는 이날 카타르와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동남아 국가 중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김봉길호와 박항서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김 감독과 박 감독 모두 양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지 약 3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짧은 기간에 팀을 정비해 각각 4강과 결승에 올랐으니 성적 자체만 보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확연하게 달랐다.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5경기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24일 “우리 선수들은 더 이상 기본기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한국 대표팀은 공·수 간격이 너무 넓었고, 미드필더진이 수비라인을 보호하지 못했다. 또 압박도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학생들을 대거 뽑은 것부터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과연 최선의 선수 선발이었을까 싶을 정도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용병술의 한계를 노출했다.

반면 베트남은 한국과의 첫 경기에서 1대 2로 석패한 것을 제외하고는 예상 외의 성과를 보여줬다. 특히 탄탄한 조직력과 선수들의 투혼은 2002 한·일월드컵 때의 ‘히딩크호’를 연상시킬 만큼 인상적이었다. 8강과 4강전 모두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졌고 결국 승부차기로 승리를 따냈다.

한 위원은 “이번 베트남 대표팀은 베트남축구협회가 장기 계획을 세워 키운 황금세대”라며 “많은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아스날 등 해외의 유명 클럽에서 기본기를 다졌다. 특히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의 용병술과 리더십도 돋보인다. 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활약한 박 감독은 과거 “히딩크에게서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과 위기를 극복하는 노하우 그리고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을 배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기본기가 좋은 베트남 대표팀에 ‘히딩크식’ 전술과 훈련 방식, 포메이션 등을 이식시켜 돌풍을 일으켰다.

베트남 언론은 연일 박항서호의 기적같은 결과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테 타오 앤드 반 호아’라는 베트남 매체는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해 “감사합니다, 박항서”라는 한 줄짜리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한국은 26일 카타르와 3·4위전을 치르고, 베트남은 27일 우즈베키스탄과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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