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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준동] 정현의 ‘4강 신화’



테니스는 유럽의 귀족 스포츠였다. 테니스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11세기 무렵 유럽의 성직자와 귀족들이 즐기던 운동 경기 ‘라폼므’가 16세기 이후 지금의 테니스와 비슷한 ‘죄드폼’으로 발전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죄드폼은 프랑스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촉발한 사건 중 하나인 ‘테니스 코트의 서약’이 맺어진 곳도 베르사유 궁전 안의 실내 테니스장이었다. 귀족들이 자신들의 클럽이나 사교 집단에서 즐기다보니 테니스는 다양한 인종과 나라에 전파되지 못했다. 흑인의 입장을 제한하는 등 인종차별도 심했다. 전 세계에 널리 퍼진 것도 20세기 초반에 불과하다.

4대 메이저 대회의 경우 호주오픈과 US오픈은 하드코트에서 열리며 프랑스오픈은 클레이코트에서, 윔블던은 잔디코트에서 진행된다. 프로스포츠 중 상금이 가장 많다. 지난해 US오픈 남녀 단식 우승상금은 370만 달러(41억원)이고 윔블던이 220만 파운드(32억원), 호주오픈이 350만 호주달러(31억원), 프랑스오픈이 210만 유로(28억원)였다. 골프의 경우 최다 우승 상금은 US오픈(PGA투어)의 216만 달러(22억원)다.

테니스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서양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 종목이다. 여자 테니스에서는 리나(중국)가 2011년 프랑스오픈, 2014년 호주오픈을 제패하며 세계 정상에 오른 적이 있지만 남자 테니스는 아직 아시아 선수들이 넘기에는 높은 벽이다. 니시코리 게이(일본)가 2014년 US오픈에서 준우승한 것이 그동안 아시아 남자 선수의 메이저 대회 단식 최고 성적이다.

스물두 살 정현(세계랭킹 58위)이 한국 테니스는 물론 세계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기 위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호주오픈 8강에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마저 꺾고 ‘4강 신화’를 이룬 것이다. 고글 속 그의 시선이 아시아 남자 사상 첫 메이저 우승까지 바라보는 듯하다.

김준동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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