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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다섯 아이’ 30년 전 ‘굴렁쇠 소년’ 감동 잇는다

이희범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오른쪽)과 송승환 개폐회식 총감독(가운데)이 23일 강원도 평창군 메인프레스센터(MPC) 강원도룸에서 열린 개폐회식 미디어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평창=김지훈 기자


‘행동하는 평화’ 주제로

한국의 역동성·평화 염원 담아
역대 최초 오각 스타디움
어느 객석에서든 무대 한눈에
성화대는 전통 달 항아리 모양
北 참가에도 콘셉트 변화는 없어


적막을 뚫고 깊이 울리는 한국의 종소리가 세상을 하얀 얼음으로 만든다. 순백으로 변한 공간에 문득 다섯 아이들이 나타난다. 고대 신화에서 출발하는 다섯 아이들의 모험은 인간과 기술이 함께하는 미래로까지 이어진다. 한 편의 겨울 동화 속에서 세계인은 평화에 대한 답에 도달한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23일 브리핑을 열고 다음 달 9일 펼쳐질 올림픽 개회식의 모습을 간략히 소개했다.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라는 주제로 그려질 개회식은 강원도의 사랑스럽고 씩씩한 다섯 아이가 주인공이다. 아름다운 강원도의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섯 아이의 여정은 역사의 물결에 맞서온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한다. 개회식을 총괄한 양정웅 총연출은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평화의 이야기를 보여주려 한다”며 “한겨울밤의 꿈처럼 환상적인 시간으로 관람객을 초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인의 역동성, 유일한 분단국가가 갈망해온 평화를 세계인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메시지가 전달될 통로는 동계올림픽 최초의 오각형 스타디움이다. 지금까지의 올림픽 개폐회식이 대부분 사각의 축구경기장에서 열렸지만, 이번 올림픽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서 시작된다.

공연장은 안팎의 구분이 없는 한국적인 마당이며 어느 객석에서든 원형 무대가 한눈에 보인다. 오각에는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 동양의 철학인 오행도 담겨 있다. 송승환 총감독은 “공간적 특수성과 함께 다른 올림픽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개폐회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성화는 소박한 듯 우아한 한국 전통의 달 항아리 안에서 17일간 타오른다. 조선 시대의 백자를 모티브로 했다. 마치 평창 밤하늘에 달이 뜬 모양처럼, 다섯 손가락이 항아리를 감싸는 모습이다. 조직위는 이날 세부적인 ‘와우 포인트(Wow Point·감탄사를 자아내는 대목)’까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규약에 따른 것이다. 굴렁쇠 소년의 달리기(1988년 서울올림픽), 파킨슨병을 앓던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성화 점화(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볼 수 있듯 올림픽은 뭉클한 와우 포인트로 기억되곤 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최근에야 결정된 만큼 개폐회식의 콘셉트 변화가 급히 이뤄졌는지도 관심사였다. 하지만 송 총감독은 “공동입장 시 한반도기를 들고 아리랑을 연주하는 것 이외에는 개폐회식의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30년 전 서울올림픽이 우리나라 문화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평창은 전 세계에 확산되는 한류를 바탕으로 문화강국의 이미지를 전파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송 총감독은 “성화 점화, 오륜을 만드는 장면 등의 와우 포인트가 있다”며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전 세계인들이 깜짝 놀랄 수 있는 성화 점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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