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前 세계 1위에 완패… 이제 그를 완파한 정현

정현이 22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관중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정현(왼쪽)이 16강전을 마친 뒤 조코비치와 손을 맞잡은 모습. AP뉴시스


前 세계1위 조코비치 꺾기까지

2016 호주오픈 1회전서 첫 만남
2년간 멘탈·체력 놀라운 성장
약점 지적 서브·포핸드 스트로크
남아공 코치 도움으로 기술 보완
타이브레이크 접전에도 완승거둬

8강전 상대, 정현보다 랭킹 낮아


정현이 노박 조코비치와 처음 만난 것은 2016 호주오픈 1회전에서였다. 당시에도 정현은 한국 테니스의 간판으로 불렸다. 하지만 전년도 대회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였던 ‘무결점 선수’ 조코비치의 적수가 되지는 못했다. 경기는 세트스코어 0대 3, 정현의 완패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2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4회전). 정현은 외나무다리 위에서 다시 조코비치와 마주했다. 이틀 전 대회 32강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꺾고 사상 첫 메이저대회 16강 진출을 일궈낸 정현이지만 조코비치는 분명 부담스런 존재다. 하지만 정현은 자신의 우상이기도 한 조코비치를 누르고 8강에 오르며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16강에 진출한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42·은퇴)을 넘어 한국인 선수로는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을 냈다.

지난 2년 사이 정현은 피나는 노력 끝에 약점은 줄이고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놀라우리만치 성장했다. 정현은 백핸드 스트로크가 강점이지만 서브와 포핸드 스트로크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현의 약점을 미리 파악한 상대 선수들은 정현의 포핸드를 유도하기 일쑤였다. 정현은 지난달부터 네빌 고드윈(남아공) 코치의 도움을 받아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했다. 이번 대회에는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포핸드 리턴샷으로 대응했다. 스핀 없이 때리는 정현의 스트로크는 코트 위에 묵직하게 떨어졌다.

정현의 단점으로 또 하나 지적된 것은 바로 체력이었다. 지난해만 해도 접전으로 세트가 거듭될수록 체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내주는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정현은 즈베레프와의 32강전에서 3세트까지 1-2로 밀리다 4∼5세트를 내리 따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날 조코비치와의 승부에서는 매 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면서도 3대 0의 완승을 거뒀다. 또 경기 초반에 접전을 벌이거나 밀리면 힘없이 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는 등 멘탈도 몰라보게 강해졌다. 32강에서 정현에게 패한 랭킹 4위 즈베레프가 “정현은 마치 랭킹 10위권 안에 있는 선수 같았다. 이렇게 여유 있는 경기 운영을 당해낼 선수는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호주 현지에서 정현의 경기를 지켜본 박원식 대한테니스협회 홍보이사는 “예전에는 3세트쯤 되면 정현이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5세트를 해도 건재하다. 겨울 태국동계훈련의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대가 유도한 포핸드 스트로크를 효율적으로 대처해 득점을 올리는 것 외에도 서비스 박스 내 절묘하게 떨어지는 서브 능력도 굉장히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박 이사는 정현이 코드윈 코치와 원어로 의사소통을 잘하는 점도 기량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꼽았다.

강호 즈베레프와 조코비치를 차례로 누른 정현의 상승세는 어디까지 올라갈까. 우선 8강 대진운은 좋은 편이다. 8강에서 만날 텐니스 샌드그렌은 정현보다 순위가 낮은 97위다. 물론 16강에서 세계 5위 도미닉 티엠(오스트리아)을 꺾는 파란을 연출해 방심할순 없지만 상대적으로 약체인 것은 분명하다. 정현이 샌드그렌마저 누를 경우 4강에서는 부활한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2위)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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