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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틀어보자” “조명은 어디서”… 꼼꼼한 현송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끄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가운데)이 방남 이틀째인 22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우리 측 인사들의 안내를 받아 공연장인 해오름극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현 단장 일행은 국립극장에서 조명과 음향 등을 한 시간 넘게 꼼꼼히 점검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장충체육관 관계자들이
차 권하자 “일 없습네다
설명해 주십시오” 답해

“마스크 쓴 사람 왜 많나”
KTX 타고오며 질문

“강릉 시민들 환영해주니
공연 성공적으로 마칠 것”


북한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내려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방남 이틀째인 22일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첫날에는 다소 경직된 모습이었지만 둘째 날에는 긴장이 많이 풀린 듯 얼굴에 미소를 띠고 일정을 소화했다. 남측 풍경에 호기심을 보이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현 단장 등 북측 점검단은 이날 잠실학생체육관과 장충체육관, 국립극장을 차례로 둘러봤다. 잠실학생체육관과 장충체육관에서는 10여분 머물렀지만 국립극장에서는 1시간여 동안 시설을 점검했다. 이들은 국립극장 음향시설을 시험해보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여 삼지연관현악단 서울 공연장은 이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 단장의 서울 행보에서 첫 방문지는 5400석 규모의 잠실학생체육관이었다. 현 단장 일행은 15분 정도 내부 시설을 돌아보더니 곧장 밖으로 나섰다. 현 단장은 두 번째로 방문한 장충체육관에서 관계자들이 “차가 금방 들어오니 한 잔 하시고 설명드리겠다”고 하자 환하게 웃으며 “일 없습네다. 설명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현 단장 일행은 오후 2시14분 세 번째 방문지인 장충동 국립극장 1층 해오름극장에 들어섰다. 현 단장은 음향기기 컨트롤박스 뒤에 서서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까. 관현악 음악으로”라고 물었다. 관현악으로 편곡된 ‘아리랑’이 나오다 극장 관계자가 현 단장에게 뭔가 말을 걸자 “아니”라고 고개를 흔드는 모습도 포착됐다. 현 단장은 1분30초 정도 음악을 들은 뒤 “됐다”고 말하며 재생을 중단토록 했다. 현 단장은 “조명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극장 관계자가 “뒤쪽에 있다”고 하자 해오름극장을 빠져나와 조명시설을 보러 이동했다. 현 단장 등 점검단이 해오름극장 맨 앞줄에 앉아 조명을 켜놓고 점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들은 1시간7분 만인 오후 3시21분 국립극장을 빠져나왔다.

현 단장 일행은 공연장을 둘러본 뒤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호텔로 이동해 만찬을 했다. 1박2일 동안 현 단장 일행을 수행한 우리 측 실무진과 함께 식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에 앞서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숙소로 염두에 두고 이 호텔 시설을 점검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 단장 일행은 오후 8시31분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 9시47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현 단장은 CIQ 내 귀빈실에서 잠시 대기하다 오후 9시53분 북측 지역으로 돌아갔다. 우리 측 취재진이 “단장님”이라고 부르자 현 단장은 몸만 살짝 돌리더니 말없이 왼손을 들어 인사하고 떠났다.

현 단장은 전날과 같은 짙은 남색 코트, 모피 머플러, 앵클부츠 차림이었다. 서울로 출발하기에 앞서 강릉역에서 만난 취재진이 다가가 “식사 잘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대답 없이 살짝 미소만 지었다. 현 단장은 강릉 숙소였던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조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도 강릉역에는 현 단장을 보러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시민들이 손을 흔들자 현 단장도 같이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했다. 현 단장은 “강릉시민들이 이렇게 환영해주는 걸 보니 공연을 성과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리 측 관계자에게 말했다. 현 단장은 서울로 향하는 KTX 안에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으냐”고 물었다. 우리 안내원은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은 기자, 공동취재단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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