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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이렇게 보세요] 쫄쫄이 빙상복… 선수들은 왜 끝나자마자 지퍼를 내릴까

경기를 마친뒤 지퍼를 내린 이상화.국민일보DB


아이스하키복은 탄소 소재
썰매 종목은 최첨단 결정체


“쫄쫄이가 굉장히 불편하다. 여기 저기 모두 불편하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이승훈이 과거 한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한 발언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및 쇼트트랙 경기복은 온몸에 착 감겨 일명 쫄쫄이로 통한다. 이 쫄쫄이를 우습게보면 안 된다. 한국 빙상 선수들의 기량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심지어 경기 출전 자체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훈은 2015년 11월 매스스타트 전용 경기복의 지퍼 부분이 찢어져 2015-2016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또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인 최민정도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500m 경기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질 때 경기복이 찢어지면서 다치기도 했다.

이처럼 중요한 빙상 경기복엔 스케이트날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방탄 소재가 쓰이기도 한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체형으로 디자인됐으며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주행하는 특성을 반영, 직선형이 아닌 ‘ㄱ’자형으로 디자인됐다. 그래서 선수들은 경기를 마치면 허리를 펴거나 가쁜 숨을 가다듬기 위해 지퍼를 바로 내린다. 0.01초에도 승부가 갈리는 종목 특성상 표면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은 돌기로 마감된다. 골프공에 홈을 만들어 공기저항을 줄이고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시속 150㎞에 달하는 속도의 퍽에 맞을 수 있는 아이스하키에서도 경기복은 중요하다. 선수들은 20㎏에 달하는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나서기에 견고함은 물론 가벼움까지 갖춘 경기복이 필요하다. 마찰을 줄이기 위해 탄소 소재와 스펀지 재질의 경기복을 만들어 선수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찰나의 순간 승부가 결정되는 썰매 종목에서도 경기복은 최첨단을 달린다. 봅슬레이 경기복은 스타트 할 때의 움직임을 극대화할 수 있게 제작됐다. 스켈레톤 간판인 윤성빈이 입는 경기복은 얼음 조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재질이 사용됐다. 미세한 움직임에도 민감한 스켈레톤의 특성을 고려, 근육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주는 기능도 있다.

송주호 한국스포츠개발원 책임연구위원은 22일 “장비와의 전쟁인 동계스포츠에서 경기복은 경기력 향상은 물론 안전까지도 고려, 최첨단 소재로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중요한 점은 선수들이 경기복을 착용했을 때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선수들도 충분히 경기복에 적응이 돼야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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