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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만에 철책 옆 ‘韓-加 우정의 아이스하키’

19일 경기도 파주 율곡습지공원 야외 특설 아이스링크장에서 열린 2018 임진클래식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한국의 연세대-고려대 선수 연합팀(하얀색 유니폼)과 캐나다 육군 프린세스 경보병연대-왕립22연대 현역 군인 합동팀이 퍽을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임진클래식은 1952∼53년 겨울, 한국전 당시 캐나다 참전 군인들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자 임진강 위에서 개최한 것에서 유래됐다. 이번 행사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와 더불어 한국전 종전 65주년을 기리는 의미에서 준비됐다. 아래 사진은 한국전 당시 아이스하키를 즐기고 있는 캐나다 참전용사들 모습. 파주=곽경근 선임기자, 뉴시스


캐나다 참전용사, 성화봉송·‘임진클래식’ 재연 감격

한국전 때 임진강서 개최 유래
加 군인 8명-韓 선수 8명 경기
“참전 용사 용기·희생 기리고
평창 성공 개최 기원 뜻깊어”

평화 염원 ‘스페셜 성화봉송’
최북단 14km 자전거로 달려


19일 오후 1시30분 경기도 파주 율곡습지공원에 마련된 야외 특설 아이스링크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2명의 고령 참전용사들과 함께 퍽 드롭(Puck Drop)을 한 뒤 경기가 시작됐다. 퍽 드롭은 아이스하키 경기 시작에 앞서 퍽을 얼음판에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시작부터 선수들의 아이스하키 스틱은 맞부딪쳐 둔탁한 소리를 냈고, 퍽을 사이에 둔 선수 간 치열한 몸싸움이 펼쳐졌다. 선수들이 때린 퍽이 빠른 속도로 골문을 향할 때마다 관중은 뜨거운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날 행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와 더불어 한국전 종전 65주년을 기리는 뜻에서 열린 한국과 캐나다의 2018 임진클래식 아이스하키 경기다.

임진클래식은 한국전 당시 캐나다 참전 군인들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자 임진강 위에서 개최된 데서 유래됐으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실내경기장 등에서 열리고 있다. 실제 임진클래식이 열린 율곡습지공원에서 경기가 치러지기는 65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팀은 맞수 연세대와 고려대 선수 8명이 연합팀을 이뤘다. 캐나다는 임진클래식의 주역이자 한국전 참전 부대인 캐나다 육군 프린세스 패트리샤 경보병연대(PPCLI)와 왕립 22연대(R22R·Vandoos)의 현역 군인 8명이 합동팀을 꾸렸다. 이들은 골리를 포함한 6대 6 미니게임을 통해 한 치 양보 없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평화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캐나다 참전용사 클로드 샤를랜드씨, 한국 참전용사 고재윤씨, 에릭 월시 주한 캐나다대사 등 4명은 경기에 앞서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 이번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들 봉송주자는 아이스링크장 펜스를 따라 0.8㎞ 구간을 나눠 뛰며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월시 캐나다대사는 “임진클래식은 한국전 참전 캐나다 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리는 헌사”라며 “동시에 캐나다는 물론 전 세계 운동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스포츠 축제인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뜻깊은 자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출발한 평창올림픽 성화는 이날 낮 12시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앞에서 자전거를 이용해 옮겨졌다. 올림픽을 통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스페셜 성화봉송’의 시작이었다.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회장을 비롯한 8명의 주자가 통일대교를 거쳐 율곡습지공원까지 총 14㎞ 구간을 자전거를 타고 성화를 옮겼다. 성화봉은 자전거 안장 뒤편에 특별제작된 성화대에 꽂혔다.

2015년 8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당시 육군 1사단 수색대대 작전팀장이었던 정교성 상사는 8명의 주자 중 가장 먼저 행사장에 도착해 들뜬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봉송주자들은 출발 행사장에서 풍물패의 흥겨운 아리랑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통일대교 구간 곳곳에서는 8명의 주자가 잠시 멈춰선 뒤 성화봉을 부딪치는 ‘토치 키스’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구 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행사에 참가하게 돼 너무 기쁘다. 자전거 동호인들과 함께해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됐다. 가까운 시일 내 남북 평화통일이 이뤄지리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연맹 홍보위원으로 활동 중인 가수 김창완씨는 “자전거를 20년 정도 탄 마니아다. 성화봉송이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참가하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전국 각지 자전거 동호인을 주축으로 구성한 평창올림픽 서포터스 750명은 봉송주자들의 뒤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장관을 이뤘다. 양천어머니자전거회 회원들은 “1988 서울올림픽처럼 평창올림픽이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무사 안녕한 올림픽이 되길 기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는 자전거 봉송 마지막 주자로 나서 이광재 전 지사에게 성화를 넘겼다. 김 구단주는 IT대표 주자로 나선 2004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올림픽 성화봉송을 하게 돼 기쁨이 두 배라고 했다. 김 구단주는 “2004년에는 두 다리로, 이번에는 자전거로 성화를 옮겼다. 정말 가문의 영광”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스포츠 잔치에서 좋은 소식이 많이 나와 동계스포츠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파주=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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