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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도자는 처음… 트럼프의 1년] ‘저실업·중성장’ B+ 경제 성적표에 탄력 받은 트럼프노믹스



<하> 감세와 보호무역, 2개의 승부수

일자리 늘고 주식·부동산 호황
낙관론 확산에 긍정 평가 나와
“트럼프 덕 아니다” 지적도
성장률, 오바마 첫해보다 낮아
재정적자·무역갈등은 불안요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임 1년간 미국 경제는 근래 보기 드문 호황을 누렸다. 파격의 연속이었던 정치·외교 분야가 낙제점에 그친 가운데 경제 성적표만 나홀로 빛났다. 지난해 승부수로 던진 대규모 감세를 비롯한 세제개편안의 낙수효과가 정상 작동한다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무게중심이 점차 국제통상 분야로 옮겨가고 있는 점은 글로벌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올 한 해 미국발(發) 무역전쟁이 전 세계 경제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후파이낸스·무디스애널리스틱스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1년을 맞아 ‘B+’를 1월 성적표로 제시했다. 실업률과 경제성장률, 수출 등 6개 부문 평가를 종합한 결과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저(低)실업률(4.1%)과 안정적 경제성장률(3%), 적당한 인플레이션(1.7%)이 삼각축을 이뤄 탄탄한 실물경제 흐름을 형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식시장 호황(다우지수 25% 상승), 부동산 시장 훈풍(집값 사상 최고치 경신) 등 성과도 화려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인 뉴욕타임스(NYT)조차 “재계에 낙관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며 “공장 신축이 증가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과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세제개편안은 트럼프노믹스의 화룡점정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법인세 감세를 포함해 향후 10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600조원)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기업투자와 해외자금 송환을 겨냥하고 있다. 이에 호응해 미국 최대기업인 애플은 지난 17일 세금 회피 목적으로 해외에 보유해 온 현금 2450억 달러(약 263조원)를 미국으로 들여오고 세금 380억 달러(약 41조원)를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또 향후 5년간 미국에서 2만명을 추가 고용하고 3500억 달러(약 375조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제개편 영향으로 실업률 감소와 경제성장률 상승이 지속되면서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이 2.7%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의 호황이 트럼프노믹스의 성과물이냐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많다. 주요 지표의 ‘지연적 성격’ 때문이다. 현 지표상 수치는 6개월∼1년 전 이뤄진 경제적 결정의 결과물이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진짜 성적은 올해부터라는 지적이다. 영국 채널4뉴스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임기 첫해 GDP 성장률은 트럼프 행정부(3.0%)보다 높은 3.5%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부흥’을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상대적 우위도 점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일자리 창출’을 최대 치적이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7개월 동안 창출한 일자리(118만9000개)는 같은 기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성과(137만5000개)보다 18만6000개 더 적다”고 지적했다.

대내외 불안 요소들도 산적해 있다. 우선 막대한 재정적자가 당면 과제다. 대규모 감세는 필연적으로 정부재정 지출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공약했던 ‘오바마 케어(ACA)’ 전면 폐기는 예산 절감을 통해 감세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케어 폐기는 무산됐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다시 폐기를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고려하고 있다.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규제도 검토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도 강경한 입장이 예상된다. 일련의 보호무역 카드는 경기부양 목적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제조업에 종사하는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통상질서를 역행하는 미국의 무리수에 각국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해 무역전쟁이 확산되면 미국 경제에 득보다는 실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중국과 충돌이 본격화될 경우 미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글=정건희 기자 mederat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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