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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준동] ‘외로움 장관’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 5단계론을 주장했다.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부터 안전, 귀속과 사랑, 자기존중,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기실현에 이르기까지 충족되어야 할 욕구에 위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은 소속감에 대한 욕구를 채우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강한 신념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 이론은 그가 활동했던 1930년대부터 60년대까지는 누구나 수긍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옛말이 된 듯하다. 혼자 밥 먹고, 영화 보고, 여행을 다니는 ‘혼자족’이 늘고 이들을 위한 마케팅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바야흐로 혼밥, 혼술, 혼족 전성시대라 부를 만하다.

출산율 저하와 맞벌이 부부 증가로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해체됐고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홀로 사는 사람도 많아졌다. 통계청은 2015년 기준 1인 가구가 서울에만 98만명, 전국적으로 5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1990년대 9%였던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로 증가했고 2025년에는 31.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혼자 사는 생활 환경은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10만명당 28.7명으로 OECD 평균 12.1명보다 2.4배 높다. 고령일수록 더 심해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10만명당 54.8명으로 OECD 평균의 3.2배에 달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국에서 외로움 문제를 담당하는 장관이 생겼다는 뉴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레이시 크라우치 체육 및 시민사회 장관을 외로움 문제를 담당할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으로 겸직 임명했다는 것이다. 관련 전략을 마련하고 폭넓은 연구와 통계화 작업을 주도하며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회단체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한다.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흡연하는 수준의 해를 건강에 끼친다’는 보고서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도 ‘외로움 장관’을 벤치마케팅해보면 어떨까.

김준동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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