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트럼프 ‘FTA 개정 협상’ 한국 압박 거셀 듯



세탁기 덤핑 문제 거론
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
강하게 암시하면서
유리한 고지 점령 노려


“한국 기업이 세탁기를 덤핑해 미국 산업을 파괴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7일(현지시간) 발언은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결정 시한은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로 결정한 것인지, 발동할 듯한 분위기를 조성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어느 쪽이든 한·미 간 무역 관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한국 수출기업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해 3년간 저율할당관세(TRC)를 부과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제출받으며 칼자루를 쥐게 됐다. 권고안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세탁기 중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과 특정 부품 5만개 초과 물량에 대해 첫해 50%, 2년차 45%, 3년차 40%씩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산 세탁기에 강력한 세이프가드를 시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미국 쪽에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세이프가드를 카드로 활용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각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불만을 갖는 기색이 역력하다.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장인 송대현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고 있어서 덤핑할 여지가 없고 실제로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송 사장은 미국이 이미 한국산에 대해 덤핑 규제를 강하게 하고 있어 덤핑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하며 “미국 내 정치적 상황, 보호(무역) 정책 등으로 이슈화돼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세탁기와 태양광의 세이프가드 절차에서 남은 건 백악관 결정뿐”이라며 “우리 정부는 그 동안 기업과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고 지금도 지역 사회 주민과 기업들을 만나는 아웃리치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을 대표 사례로 언급한 지적 재산권 침해 문제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조만간 대규모 벌금을 물리겠다”며 “중국은 단지 가장 큰 나라일 뿐이며 모두가 대상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kcw@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