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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열전] 女싱글 최강 vs 겁없는 신예… 평창 피겨 퀸, 나야 나!

메드베데바(왼쪽)과 자기토바 [AP=연합뉴스 자료사진]


<6> 메드베데바 vs 자기토바

메드베데바, 3세 때부터 빙판에 서
‘여왕’ 김연아 은퇴 이후 독주하다
오른쪽 발등 미세 골절로 한때 주춤
최근 훈련 모습 공개 부상 탈출 알려

자기토바, 메드베데바 부상 중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 온 신성
대부분 점프 후반 배치 고득점 노려
작년 12월 러시아선수권서 금메달


‘피겨 여왕’ 김연아(28)가 은퇴한 후 세계 여자 피겨스케이팅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패권은 서서히 러시아로 넘어갔다. 선두 주자는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다. 그는 2016년과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를 2연패했으며, 여자 싱글 역대 최고 점수를 보유하고 있다. 메드베데바가 부상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 러시아의 후발 주자인 알리나 자기토바(16)가 급성장했다. 러시아가 도핑 스캔들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아 둘은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가 스타로 떠오른 비결을 밝히려면 러시아의 피겨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 소련이 붕괴된 후 악화된 경제 사정으로 피겨 인프라가 무너지면서 피겨 선수와 코치들은 줄줄이 해외로 떠났다. 러시아의 경제가 2000년부터 되살아나고 2014 소치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정부가 동계 종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자 옛 피겨 강국의 명성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라는 스타들이 탄생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어린 선수들이 국가가 아니라 자신의 성공과 명성을 위해 피겨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피겨 선수 출신의 엄마를 둔 메드베데바는 3세 때부터 빙판에 섰다. 2013년 처음 출전한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메드베데바는 피겨 여자 싱글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지난해 4월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 특설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80.85점), 프리스케이팅(160.46점), 총점(241.31점)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김연아를 뛰어넘었다.

독주하던 메드베데바는 최근 부상으로 고전했다. 2017-2018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1, 4차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이후 오른쪽 발등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 때문에 4차 대회 이후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했지만 부상으로 기권했다. 메드베데바는 지난 1일(한국 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해맞이 훈련 모습을 공개하며 부상 탈출을 알렸다.

알렉산드르 고르슈코프 러시아피겨스케이팅연맹 회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예브게니아가 최선을 다해 훈련 중”이라며 “부상에서 거의 회복했으며 앞으로 출전할 대회에 집중하고 있다. 그녀의 성격과 집념으로 볼 때 훌륭한 모습으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드베데바가 부상으로 주춤하는 사이 자기토바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지난해 시니어로 데뷔한 ‘신예’인 자기토바는 그랑프리 3, 5차 대회에 출전했는데 모두 1위에 올라 파이널 무대에 진출했다. 그리고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또 지난해 12월 열린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자기토바는 경기 후 “항상 올림픽 출전을 꿈꿨다”며 “IOC가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출전을 금지해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나가야 한다는 점은 실망스럽지만 최선을 다해 경쟁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자기토바는 메드베데바보다 난이도가 더 높은 점프를 구사한다. 또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대부분의 점프를 가산점이 붙는 후반부에 배치해 고득점을 노리고 있다.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개막해 21일까지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국제빙상연맹(ISU)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나란히 출전했다. 이 대회는 올림픽 개막에 앞서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다. 평창 피겨여왕을 꿈꾸는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의 경쟁에 피겨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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