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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야사] 美·캐나다 네티즌 “아이스하키 지는 팀이 비버 데려 가라”

소치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던 2014년 2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건물 벽에 붙은 전광판에 팝스타 저스틴 비버(사진 가운데)와 미국, 캐나다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가 합성된 사진이 노출되고 있다. 당시 양국 네티즌들은 약물, 음주운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비버를 둘러싸고 “지는 팀이 비버를 데리고 가라(Loser Keeps Bieber)”는 황당한 내기를 벌였다. 트위터 캡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기간에 트위터 언급 횟수 1위를 기록한 인물은 김연아, 아사다 마오가 아닌 팝스타 저스틴 비버였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네티즌 사이에서 비버를 둘러싸고 때 아닌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소치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준결승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그러자 양국 네티즌들은 “지는 팀이 비버를 데리고 가라(Loser Keeps Bieber)”는 다소 황당한 내기를 하며 서로 얼굴을 붉혔다. 급기야 미국 시카고의 한 건물 벽에 붙은 전광판에도 이러한 문구가 담긴 사진이 실렸다. 경기는 캐나다의 1대 0 승리로 끝났다. 경기가 끝난 뒤 같은 건물 전광판에는 “비버의 팬(신도)들이여, 최악의 내기였다(Worst bet ever, Belieber)”고 조롱하는 문구가 노출됐다. belieber는 believer와 bieber의 합성어로 비버의 열혈 팬으로 해석된다.

비버는 소치올림픽 직전 마약, 음주운전, 폭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또 그해 1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웃집에 욕을 하며 달걀 세례를 퍼부어 기물 손괴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3년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성매매 업소를 출입하는 장면이 미국 연예매체에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비버를 추방해야 한다는 서명 운동이 펼쳐졌다. 캐나다 출신인 비버는 미국 이민법에 따라 ‘특별 재능 보유자’로 분류돼 취업허가증을 발부받아 체류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도덕 행위를 저지른 범죄자는 ‘기피인물’로 판단해 미국 내 취업을 불허하고 추방하는 조항이 있다. 미국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에서 진행된 비버 추방 청원에는 27만3000여명이 서명했다. 이 사이트에서 10만 건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백악관은 해당 사안을 검토한 뒤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캐나다 네티즌들은 비버 추방 서명에 적지 않게 불쾌해했다. 한 네티즌은 비버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우리가 비버를 미국에 보낼 때는 유튜브에서 까부는 아이 정도였다. 그를 자아도취 망상자로 만든 건 당신들이다. 이미 손상된 물건은 반품 불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결국 이런 양국의 신경전이 소치올림픽으로까지 번진 것이었다. 다만 그해 4월 백악관이 비버 관련 입장표명을 거부하면서 이 사태는 일단락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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