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을 임명했다. “고독은 흡연이나 음주보다 위험하다”는 인식하에 국민을 위협하는 ‘사회적 전염병’인 고독에 맞서기 위해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트레이시 크라우치(사진) 체육 및 시민사회 장관을 외로움 문제를 담당할 장관으로 겸직 임명했다. 메이 총리는 브리핑에서 “고립감은 많은 현대인에게 슬픈 현실”이라며 “우리 모두 이 도전에 맞서서 노인과 간병인,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가디언과 데일리메일 등 현지 언론들은 크라우치 장관이 범정부 차원의 그룹을 이끌고 통계자료 확충 및 정책 개발과 시행, 시민단체 지원 등을 책임질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내에서 고독이 질병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데는 2016년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반대를 주도하다 살해당한 노동당 조 콕스 전 의원의 역할이 컸다. 사망 후 고인의 생전 뜻을 기려 설립된 ‘조 콕스 고독 위원회’는 그간 외로움을 국가적 문제로 대처하자는 캠페인을 주도해 왔다.
위원회는 특히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국 내 고독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900만명에 달한다고 집계하면서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고 지적했다. 또 “고독은 개인적 불행에서 사회적 전염병으로 확산됐다”며 고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관련 복지 시스템 강화를 촉구했다.
‘고독과의 싸움’을 진두지휘할 크라우치 장관은 “콕스 전 의원의 열정적인 문제 제기를 이어받는 것이 그를 기리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며 “외로움 극복에 진전을 이룰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