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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치매 앓는 아내와의 마지막 나들이



여기,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가 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저곳은 리투아니아의 한 강가.

사진 속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아무 말 없이 상대의 눈을 응시하고 있다. 부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내는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다.

독일 남부 뮐바흐 지역에 살던 부부가 캐러밴을 끌고 여행을 떠난 건 2008년 늦여름이었다. 둘은 과거에도 수차례 캐러밴을 끌고 유럽을 둘러봤지만, 2008년의 여행은 각별했다. 남편은 아내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다. 부부는 그해 늦가을까지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해 연안에 있는 국가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게르트너 부부의 여행’에는 두 사람의 여행 사진 수십 장이 실려 있다. 이 책의 저자이면서 여행에 동행했던, 독일 사진작가 지뷜레 펜트가 촬영한 작품들이다. 사진 속 남편은 아내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다. 옷을 입혀주고, 머리를 매만져주고, 보듬어준다.

아내는 여행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여행을 앞두고 아내는 치매 증상이 너무 심해 ‘말하는 능력’도 잃어버렸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짤막한 편지를 남겼다. 종이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내 곁에 있어줘. 내 곁에 있어줘. 내 곁에 있어줘.”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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