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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이 책에 답이 있다



스웨덴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이런 문제가 나왔다. ‘전방에 사거리가 있다. 어린이 한 명이 자전거를 타고 간다. 운전자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위험은 무엇인가? ①자전거를 탄 아이가 넘어질 위험 ②자전거를 탄 아이가 방향을 바꿀 위험 ③또 다른 아이가 갑자기 튀어 나올 위험 ④왼쪽에서 자동차가 나올 위험 ⑤오른쪽에서 자동차가 나올 위험.’

굉장히 까다로운 문제인데, 정답은 ③번이다. 스웨덴에서 이 문제를 마주했던 저자는 ③번이 답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스웨덴 면허시험에서는) 돌발 상황에서 아이가 등장하면 그게 답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등장한 보기가) 대체로 답이라는 사실을 시험이 끝난 뒤에 깨달았다.”

‘스웨덴 일기’는 2009년 남편을 따라 스웨덴으로 건너가 10년 가까이 스웨덴에서 살고 있는 한국 여성의 에세이다. 책에 담긴 내용을 읽노라면 놀라움과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왜 스웨덴을 세계 최고의 복지 국가라고 추켜세우는지, 그 이유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에서 무사고 운전 경력이 15년이나 되는 저자가 이 나라의 고난도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한 이야기가 들머리를 장식한다. 그는 실기시험에서 두 번이나 낙방했다고 한다. 운전자에게 배려와 양보의 중요성을 가르쳐주는 스웨덴의 면허 시험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평등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교육 시스템과 웬만한 의료 서비스는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 가혹할 정도로 공직자에게 청렴결백할 것을 강요하는 스웨덴 사회의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만 하더라도 스웨덴에서는 총리 후보자였던 한 유명인사가 법인카드로 가족에게 선물할 초콜릿을 샀다는 이유로 공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저자는 “100년 넘게 스웨덴 사회를 지탱해온 정치 이념인 사회민주주의의 목표는 ‘종착지인 유토피아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운동성’에 있다고 한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내가 살며 경험한 바, 그런 ‘운동성’이 스웨덴의 역사와 사회 속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나는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움직이는 스웨덴 사회의 모습’을 소개하고 싶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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