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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열전] 피겨 왕자 vs 점프 괴물… 얼음판 주인 누구냐



‘넘사벽’ 챔피언 하뉴

소치올림픽 금메달
예술성·경험 최정점 올라
330.43…남 싱글 역대 최고점
일찌감치 우승후보 지목


‘마스터’ 도전자 첸

4회전 점프 ‘마스터’ 별명
4대륙선수권서 7번 성공… 최연소 우승
상대적 약점 예술성 보완
메달 부담 적은 것도 큰 강점


‘피겨 왕자’ 하뉴 유즈루(24·일본)와 ‘점프 괴물’ 네이선 첸(19·미국)이 맞붙는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금메달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하뉴의 타이틀 방어전에 첸이 도전장을 내민 모양새다.

하뉴는 예술성과 경험에서 이미 피겨선수로는 최정점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4년 전 소치대회에서 스무 살의 나이로 세계 최정상에 섰다. 아시아 선수로는 남자 싱글 사상 최초의 금메달이었다. 각국 피겨 전문가들은 하뉴의 점프 기술이나 표현력의 완성도가 높아 한동안 세계 정상급 실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뉴는 예상대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며 남자 피겨계 1인자로 떠올랐다. 세계선수권 우승 2회(2014·2017),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4연패(2013-14 시즌∼2016-17 시즌) 등 화려한 성적과 함께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2015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총점 330.43점을 받아 남자 싱글 역대 최고점 기록을 세웠다. 아직까지 하뉴의 기록을 넘어선 선수는 없다. 하뉴가 평창올림픽에서 2연패를 노리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방상아 SBS 피겨 해설위원은 17일 “하뉴는 워낙 경험이 많고 연륜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최상의 연기와 표현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며 “ 실력만 따지면 주어진 프로그램 과제를 전부 훌륭히 소화하는 하뉴를 따라올 선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발목 부상을 당했는데 안정을 찾아서 제 실력을 발휘하는 게 관건이다. 올림픽 2연패의 부담을 딛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낼 수 있느냐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첸은 지난해 피겨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남자 싱글 선수들의 필수 기술로 여겨지는 고난도 4회전 점프를 거침없이 소화해 ‘점프 천재’ ‘점프 마스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1월에는 US종합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 세계 최초로 4회전 점프를 5차례 선보였다. 한 달 뒤 4대륙선수권에서는 4회전 점프를 무려 7번(쇼트 2회, 프리 5회)이나 구사하며 대회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러츠 플립 루프 살코 토루프 등 점프의 종류도 다양했다.

첸은 남자 싱글에서 4회전 점프의 중요성을 한 단계 격상시킨 선수로 평가받는다. 첸이 등장하기 전에는 남자 선수가 4회전 점프를 2∼3번만 해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남자 선수들은 고득점을 위해 4회전 점프를 최대한 많이 구성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점프 기술이 워낙 출중한 탓에 첸은 상대적으로 예술성이 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연기력이 없지 않다는 게 피겨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방 위원은 “남자 선수들이 다양한 종류의 4회전 점프를 구사하는 첸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짙다”며 “4회전 점프는 남자 싱글의 최대 관심사가 됐고, 평창올림픽에서 이를 잘 소화하는 선수가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방 위원은 “첸은 최근 상승세를 탔고 하뉴보다 나이가 어리고 체력도 좋다. 메달 부담이 적은데다 도전자의 입장이어서 하나의 강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선수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목표 의식으로 최정상 반열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뉴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 연습하던 아이스링크가 무너졌지만 일본 곳곳을 돌며 훈련에 매진했을 정도로 목표의식이 뚜렷했다. 소치대회에선 연기 중 실수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금메달을 땄다. 첸은 매일 똑같은 훈련 일정에 맞춰 움직이고, 엄격한 식단관리를 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 또한 4회전 점프를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과 근력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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