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과학] 트랜지스터와 머리카락

10나노급 기술로 제작된 8GB D램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작년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반도체는 인위적으로 전기가 흐르게도 하고 차단되게 할 수도 있는 물질이다. 이를 이용한 대표적인 전자소자가 트랜지스터다. 트랜지스터는 3개의 단자로 구성되며, 한 단자의 입력 전압 크기를 바꿔주면 나머지 두 단자 사이의 전기 흐름을 조절할 수 있다. 이때 트랜지스터를 잘 설계하면 작은 입력전압으로도 전기 흐름을 크게 조절 가능하다. 이런 특성으로 신호 증폭기, CPU, AP, D램 등 고집적회로를 만들 수 있고, 이들은 스마트폰, PC, TV 등 전자제품의 필수 부품이다. 트랜지스터야말로 현대의 전자문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발명품이다.

반도체 기술은 트랜지스터를 얼마나 작게 만들 수 있느냐에 의해서 좌우된다. 작년에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제품을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동종업계와 2년 정도의 기술격차라고 한다. 이는 트랜지스터를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 정도 크기로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이 기술로 손톱만한 반도체 칩 안에 수백억개의 트랜지스터들을 배치하고, 그 위에 반복적으로 유리와 금속 같은 물질을 증착·식각해서 이들을 연결하면, 다양한 집적회로 제품이 탄생한다. 수백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제품 완성에 보통 한두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첨단 기술이다 보니 하나의 생산라인 증설에만도 10조원 정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를 했다고 해도 수백개 공정을 연결해서 10나노급 제품을 만드는 노하우는 단시간에 얻어질 수 없다. 수십년 동안의 기술이 축적된 기존 업체들에서나 가능한 일로, 경쟁업체가 쉽게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반도체 기술 및 산업이 유지·발전돼 한국 경제의 꾸준한 도약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남영 칼럼니스트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