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2018 평창

남가주 한인소녀, 평창서 효도의 ‘금빛 묘기’

숀 화이트(가운데)가 2011년 5월 미국의 전국스키지역협회(NSAA)로부터 스키산업진흥상을 받은 뒤 부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 스키 채널 홈페이지 제공
 
클로이 김(가운데)이 2016년 5월 미국스키협회(USSA)로부터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뒤 어머니 김보란씨, 아버진 김종진씨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USSA 제공
 
화이트와 클로이 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스노매스에서 스노보드 월드컵 경기를 치른 뒤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스노보드 남녀 최강 숀·클로이
어려운 환경 딛고 美 국가대표
숀의 부모, 막노동하며 뒷바라지
클로이 부친은 직장 관두고 헌신

금메달로 보답할 꿈에 부풀어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남녀 최강인 숀 화이트(32)와 클로이 김(18). 둘은 공통점이 많다. 우선 둘 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부모의 눈물겨운 뒷바라지 덕분에 ‘스타’가 된 둘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부모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줄 꿈에 부풀어 있다.

화이트는 6세 때 반원통형 경기장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오며 점프와 회전, 착지 기술 등을 겨루는 종목인 하프파이프에 입문했다. 14세 때 US그랑프리에서 준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화이트가 어렸을 때 가정형편은 좋지 않았다. 어머니는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 아버지는 배수구를 치우는 막일을 했다. 스노보드 시즌이 되면 아버지 로저와 어머니 캐시는 한숨을 쉬었다. 어린 아들이 경기에 참가해야 하는데 숙박비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부모는 묘책을 생각해 냈다. 대형 중고 밴을 구입해 숙소로 사용한 것이었다. 여섯 식구는 밴에서 먹고 자며 경기장을 찾아다녔다.

화이트는 과거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이 밴에서 생활했을 때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특히 샤워할 곳을 찾지 못하면 휴게소에서 따뜻한 물을 받아 샤워를 하곤 했다. 잊지 못할 추억이다”고 말했다.

화이트는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2012년 동계 엑스(X) 게임에서 스노보드 사상 첫 100점 만점을 받기도 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로 4위에 그친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 탈환에 나선다. 그는 지난 14일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월드컵에서 자신의 두 번째 100점 만점 연기를 펼치며 우승해 평창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그의 부모는 평창에 와 아들의 세 번째 올림픽 금메달 도전을 응원할 예정이다.

클로이 김은 2000년 4월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태어났다. 한국명은 ‘김선’이다. 아버지 김종진씨는 1982년 26세의 나이에 800달러(약 85만원)만 쥐고 미국으로 이민 갔다. 클로이 김은 4세 때 아버지와 함께 스노보드를 배우기 시작했다. 딸이 6세 때 전미스노보드연합회(USASA) 대회에서 3위에 오르자 김씨는 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클로이 김은 8세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스위스로 스키 유학을 떠났다. 부녀는 새벽 4시에 숙소가 있던 제네바를 떠나 하프파이프 시설이 있는 프랑스 아보리아로 가 훈련을 한 뒤 밤 11시에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2년간 계속했다. 김씨는 미국으로 돌아와서도 딸의 훈련을 위해 왕복 6시간을 운전했다. 클로이 김은 “아빠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영광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클로이 김은 아버지의 헌신에 보답했다. 2015년 동계 X게임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2016 릴레함메르 유스올림픽에서 미국 대표팀 기수를 맡았고, 하프파이프와 슬로프스타일 두 종목에 출전해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해 US그랑프리에서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2연속 1080도(세 바퀴) 회전에 성공하며 100점 만점을 받기도 했다. 평창에서 동반 금메달을 노리는 화이트와 클로이 김은 지난해 비시즌에 함께 훈련하며 우정을 쌓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