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자코메티] 어떻게 세계서 가장 비싼 조각가가 됐나?



한국에서도 최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전시가 개막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코메티의 대규모 회고전이 붐이다. 작년엔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이 50년 만에 그의 개인전을 기획했고, 올해는 미국 뉴욕 구겐하임으로 순회된다. 1901년 태어나 20세기를 함께 시작한 그는 55년에 구겐하임 대규모 회고전으로 시작해 56년 베니스 비엔날레 대상을 받으며, 명실공히 살아있는 동안 가장 성공한 작가가 됐다. 그의 예술적 독창성은 20세기의 모더니즘과 새로운 조각사를 쓰게 했다. 미술사적 가치로도 너무나 중요하게 입증되었다.

이미 1990년대 미술시장에서는 100억원대를 호가하는 블루칩 작가이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2010년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이 1158억원에, 2015년 ‘가리키는 남자’가 1575억원을 기록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작품 값이 비싼 조각이 되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작품의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 원칙이라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 12점 중 3개를 차지하는 작가가 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2003년 프랑스 파리에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이 설립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위작 논란 등 여러 사건도 있었지만, 아내 아네트 자코메티의 기증품을 기반으로 설립된 이 재단은 본격적인 작가관리체제에 들어갔다. 단순 작품 대여를 넘어 저작권 관리, 작가 연구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 세계적인 자코메티 순회전은 재단의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자코메티 본인도 죽기 직전 해인 65년 스위스 취리히에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을 설립할 만큼 작품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의 최대 컬렉터였던 데이비드 톰슨이 자코메티박물관 설립이 무산되자 친구들의 도움으로, 시민 기금을 만들어 이 재단을 설립했다.

작가를 관리하는 전문적인 재단이 두 개나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자코메티의 100개 작품 중 85개가 2003년 이후에 거래가 되었다는 것 또한 중요하게 생각해볼 만하다. 3∼6개 에디션을 갖고 있는 조각은 미술시장에서 회화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세상에 유일하게 있어야 한다는 오리지널리티의 개념이 시장에 다소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과 갤러리 시스템, 경매사, 재단 및 저작권 관리기관 등이 더욱 정교화 효율화되면서 이러한 신뢰 회복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오리지널리티의 개념보다도 그 작가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작가의 시장 가격 급등이 이러한 재단 형성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시간이 오기까지 평생 함께한 앙드레 브르통, 장 폴 사르트르 같은 비평가 친구가 있었고, 작가와 인생을 나누며 함께 일한 피에르 마티스 갤러리, 매그 갤러리 같은 멋진 갤러리스트들의 존재도 중요한 요소이다.

이제 글로벌 미술시장이 100조원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교해서는 작은 규모라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나, 현재 같은 갤러리 시스템이 발족한 20세기 후반부터 치더라도, 미술시장은 가장 빠른 속도로 커가고 있는 시장임은 분명하다.

특히 2008년 중국이 글로벌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지 10년이 되는 이 때, 우리는 한국의 미술작가를 세계 시장에서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자코메티전이 우리에게 묻는 질문이다.

이지윤 숨 대표 <현대미술 기획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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