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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이렇게 보세요] 스케이트 날, 종목마다 다르네!

종목 특성에 따라 스케이트 날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왼쪽부터 곡선 주로를 달리는 쇼트트랙 선수들의 스케이트, 직선 구간을 달리는 중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스케이트, 피겨 선수의 스케이트 모습.국제빙상연맹(ISU) 인스타그램 뉴시스


스케이트 날의 과학

코너 많이 도는 쇼트트랙
오른발의 날, 왼쪽으로 휘어 있어
빙판 접촉 면 줄이려 가운데 오목

직선주로에서 전속력 도달 위해
스피드 스케이트 날은 길고 평평

피겨 날은 4∼5㎜로 두껍게 설계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나선 이강석은 시합 2시간 전 스케이트 구두가 찢어졌다. 경기장 근처 구둣방에서 황급히 수선한 스케이트 구두의 발목 착용감은 좋지 못했다. 0.01초를 다투는 스피드스케이팅임을 고려하면, 불완전한 스케이트로 따낸 이강석의 동메달은 보이는 색깔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케이트는 선수들에게 예민하며, 온갖 과학적 원리가 그 안에 녹아들어 있다. 우리나라의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의 경우 스케이트 날(블레이드)이 스케이트화의 중심에서 약간 왼쪽에 치우쳐 달려 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코너를 돌 때 원심력을 이기기 위해 몸이 쓰러질 듯 왼쪽으로 기울이는데, 이때의 균형 잡기를 도우려는 목적에서다.

직선주로보다 곡선주로에서의 주행이 중요한 쇼트트랙의 특성을 고려한 스케이트의 비밀은 또 있다. 쇼트트랙 선수들의 스케이트는 오른발의 날이 곧지 않고, 왼쪽으로 미세하게 휘어진 방향이라 한다. 이 역시 선수들이 코너에서 바깥으로 밀려나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목적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스케이트의 날은 쇼트트랙에 비해 곧고 길게 뻗은 형태다. 쇼트트랙 스케이트의 날은 빙판과의 접촉 면적을 줄이기 위해 가운데가 조금 오목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의 스케이트 날은 평평한 편이다. 직선주로에서 빨리 전속력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스케이트의 별칭은 ‘클랩 스케이트’다. 선수들이 빙판으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박수 소리가 나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대부분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은 구두에 고정되지 않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날의 뒷부분이 분리됐다가 제자리로 붙는 식이다.

이는 발뒤꿈치를 들어올리는 동작 중에도 스케이트 날이 빙판에 어느 정도 붙었다가 떨어지게 해 마찰력을 높이는 목적이다. 클랩 스케이트가 일반 스케이트에 비해 400m 당 0.3초 정도의 기록 단축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클랩 스케이트로 메달을 휩쓸자 전 세계 선수들이 앞다퉈 따라 신었다.

맨땅에서도 어려운 점프와 회전을 빙판에서 선보이는 피겨스케이팅은 일단 넘어지지 않는 안정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피겨스케이팅 스케이트의 날은 두께가 4∼5㎜로 비교적 두껍게 설계됐다. 날 앞쪽에는 톱니 모양의 토(toe)가 달려 있는데 얼음을 찍으며 도약하는 일을 돕는다. 날 중앙의 홈인 에지(edge)는 급격한 방향 전환을 위해 고안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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