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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열전] ‘광속의 林’이냐 ‘관록의 安’이냐… 쇼트트랙 선후배 빅뱅



임효준 vs 빅토르 안

林, 지난해 국대 선발전 깜짝 1위
압도적인 스피드·추월 능력 탁월
1차 월드컵 1000m·1500m 석권

安, 소치서 8년 만에 3관왕 위업
최근 유럽선수권 500m 銀 회복세
노련미로 쇼트트랙 정상 재도전

풍부한 경험에 기술 겸비한 安
파워 넘치는 林… 신·구 스타 맞대결


“어린 후배가 정말 잘 타네. 대단하다.”

빅토르 안(33·안현수)이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실내빙상장에서 ‘제2의 안현수’로 불리는 남자 쇼트트랙 유망주 임효준(22)에게 건넨 말이다. 한체대 선후배 사이인 둘은 빅토르 안이 지난해 12월 한 달간 국내에 머물면서 훈련할 때 파트너로 함께했다. 이 기간에 임효준은 선배 빅토르 안을 보고 배우면서 안정적 스케이팅 능력이 부쩍 좋아졌다는 평을 들었다. 경쟁자이지만 고국의 후배에게 빅토르 안도 애정을 쏟았다.

빅토르 안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초반엔 하위권으로 출발했다. 7바퀴를 남기고 그는 아웃코스에서 과감한 파고들기를 보여주며 선두에 올라섰다. 이후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1위 자리를 지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 확정 후 두 팔을 번쩍 들며 포효한 빅토르 안은 곧이어 빙판에 무릎을 꿇고 입맞춤을 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1000m·1500m·5000m 계주) 이후 8년 만에 얻은 감격적인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국적을 바꾸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기에 빅토르 안에겐 더욱 특별했다. 러시아의 쇼트트랙 사상 첫 금메달이었고, 현지에서 그는 영웅으로 급부상했다. 빅토르 안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500m와 5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대회 3관왕의 영광을 누렸다. 서로 다른 국적으로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최초의 선수가 됐다.

임효준은 촉망받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희망이다. 지난해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혜성처럼 나타나 1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대표팀에 승선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추월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지난해 10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2018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제1차 쇼트트랙 월드컵에서는 2관왕(1000m·1500m)에 올랐다. 1000m 결승에선 3바퀴를 남기고 무서운 스피드로 상대를 제치고 1위로 나갔다. 2바퀴가 남았을 때 발이 꼬이는 실수로 잠깐 2위로 밀렸지만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힘을 냈고 ‘날 들이밀기’로 짜릿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500m에선 은메달을 목에 거는 등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를 가리지 않고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갑작스러운 강자의 출연에 외국 선수들이 입을 모아 “저런 선수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느냐”라고 물을 정도였다.

두 선수의 승부는 예측불허다.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앞둔 빅토르 안은 지난 14일 열린 ISU 쇼트트랙 유럽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41초441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자인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41초377)와 불과 0.064초 차이였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별다른 성적을 못거둬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을 들은 빅토르 안은 이번 대회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빅토르 안이 막판에 기량을 되찾으면서 떠오르는 신성 임효준과의 경쟁도 흥미진진하게 됐다.

한국 쇼트트랙계의 전설이자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동성 목동아이스링크장 유소년 전담 코치는 “현수는 올림픽 경험이 많아 노련한 게임 운영 능력을 가지고 있고 임효준은 파워풀한 스피드가 뛰어나고 최근 성적이 상승세”라고 평가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달성 당시 코치로서 빅토르 안을 지도했던 박세우 대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경기이사는 “임효준은 전성기 시절 현수와 비슷하다”며 “스피드, 주행 중 가속 능력 등이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이사는 “나이가 들면서 체력 부담이 커진 현수이기에 임효준과의 승부에서 메달을 장담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종종 작은 실수를 하거나 넘어지는 경우가 있는 임효준이 안정적인 스케이팅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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