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의 아이돌 열전] ⑧ 에이핑크, 7년 뚝심으로 지켜낸 친근함의 가치


 
그룹 에이핑크가 지난해 서울 마포구 신한카드판스퀘어에서 열린 6번째 미니앨범 ‘핑크 업(Pink UP)’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하영 정은지 윤보미 손나은 박초롱 김남주.뉴시스


2011년 ‘몰라요’로 데뷔
수줍어하며 사랑 고백하는
운동화 패션의 ‘옆집 소녀’
솔직한 직구 날리는 이미지
초지일관 유지하며 팬덤 구축
걸그룹 팬 연령층 한계 넘어
단독 북미 투어하는 그룹으로


그룹 에이핑크는 2011년 데뷔 당시 특출 나 보이지 않았다. 데뷔곡 ‘몰라요’는 소녀가 사랑이란 낯선 감정 앞에 당혹하면서도 용기 내 고백하는 내용이었다. 초원을 배경으로 흰 레이스 원피스나 교복을 입고 앙증맞은 안무를 펼치고, 음악은 오케스트레이션 등 내추럴 사운드를 적당히 가공한 댄스곡이었다. 2018년에 돌이켜 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놀라게 된다. 너무나 솔직 담백한 기획인 점, 동시에 최근까지 걸그룹이 공통적으로 채택하는 요소들의 연속이란 점이다. 데뷔 미니앨범 제목인 ‘세븐 스프링스 오브 에이핑크(Seven Springs Of Apink)’처럼 에이핑크는 일곱 번의 봄을 지나는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흔히 에이핑크를 청순한 콘셉트의 걸그룹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콘텐츠가 표현하는 인물상은 훨씬 활동적이다. 2011년 ‘마이 마이(My My)’부터 에이핑크의 주력 노선은 1990년대 뉴 잭 스윙을 기반으로 쾌활한 분위기 속에 순박하고 친근한 멜로디를 조합하는 것이다. 수줍어하지만 늘 애정을 고백하고 이를 돌려 말하지 않는다. 매번 직구만 던진다. 혹자는 걸그룹의 이미지를 ‘하이힐’과 ‘운동화’로 구분하는데, 에이핑크는 단연 ‘운동화’다. 그것이 흔히 말하는 ‘옆집 소녀’ 이미지를 더 강화한다.

이런 기조는 당대 트렌드와 동떨어진 것이었다. 2011년은 미쓰에이 씨스타 에프엑스 투애니원 티아라 등 자신감 있는 이미지의 걸그룹들이 강렬한 사운드로 몰아붙이는 시기였다. 에이핑크는 음악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S.E.S 핑클 등 90년대 아이돌의 초창기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지만 낡고 촌스러운 것으로 느껴지기 십상이었다. 심지어 발표하는 곡마다 매우 유사한 콘텐츠를 반복했다. ‘노노노(NoNoNo)’ ‘러브(Luv)’ 등 실제로 대중을 움직이는 히트곡들을 냈으니, 성공 공식을 굳이 갈아엎을 필요는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한 가지 길을 지켜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보람은 콘서트에서 드러난다. 지난 12∼13일 개최된 단독 콘서트도 1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흔히 걸그룹은 방송, 보이그룹은 콘서트가 주력 콘텐츠라고 하지만 에이핑크는 예외다. 걸그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2016년 단독 북미 투어까지 진행할 정도다. 무대를 직접 보러 가 함께 호흡하고 싶은 아이돌로 탄탄히 자리한 것이다. 아이돌로서는 드물게, 자녀와 함께 콘서트장을 찾는 가족동반 관객을 볼 수 있는 팀이기도 하다. 코어 팬과 일반 대중으로 양분되는 일반적인 아이돌 시장의 딜레마마저 조금은 뛰어넘는다.

에이핑크는 너무 느렸거나 너무 빨랐을지 모른다. 이들을 자칫 촌스러워 보이게 했던 모든 것들은 지금 걸그룹들의 대세가 돼있다. 그러나 에이핑크는 7년의 세월과 뚝심이 아니고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얻어냈다. 언제 어떤 노래가 나와도 한결같은 모습은 그래서 강점이 된다. 변치 않는 편한 친구처럼 대중의 가슴에 애정을 심고, 그 마음으로 무대를 바라보게 한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아이돌의 정수가 아닐까.

미묘<대중음악평론가·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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