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예술을 부르는 손짓

오민 ‘Five Voices(5성부)’. 3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오디오, 6분. 송은문화재단


엄지와 검지 끝을 살며시 모으니 동그라미가 됐다. ‘오케이’, 또는 ‘좋다’는 신호다. 합창단이나 교향악단 지휘자가 저런 손짓을 했다면 단원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감돌았을 것이다. 그것도 양 손으로 2개의 동그라미를 만들었으니 최고의 칭찬인 셈이다. 그런 찬사를 받기 위해 단원들은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으리라. 아름다운 예술을 부르는 손짓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사진 속 손은 지휘자의 손이 아니다.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작가 오민(43)이 영상미술을 제작하면서 네덜란드 무용수에게 주문해 만든 손짓이다. 오민은 무용수로 하여금 연속적으로 손동작을 하게 했고, 우리는 그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오민은 서울대학교에서 기악(피아노)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예일대에서 그래픽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음대와 미대를 오간 작가답게 그는 시각예술과 타 장르 간 결합에 관심이 많다. 이번에도 국내 한 문화재단의 미술대상 최종심에 오르면서 무용과 미술을 아우른 퍼포먼스 비디오를 제작했다. ‘5성부’라는 타이틀의 신작은 4명의 무용수가 손을 움직이거나, 먼 곳을 응시하거나, 막대를 쌓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거기에 사람들의 속삭임이 제5의 캐릭터로 대형 화면에 연동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서로 다른 선율이 어우러지며 질감이 만들어지는 다성음악처럼, ‘영상에도 질감이 있지 않을까’ 묻고 있다. 또 수평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직적 조화를 이루는 무용수들의 절제된 퍼포먼스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불안과 긴장감을 은유한다. 이렇듯 오늘의 미술은 무용, 영상, 소리가 결합하며 전혀 다른 세계로 달려가고 있다. 현대미술, 그래서 어렵다.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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