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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선수] 男스키 아베다, 에리트레아 난민 눈물 닦으려 설원 달린다

남자 알파인 스키의 섀넌-오그바니 아베다가 에리트레아의 첫 동계올림픽 선수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한다. 에리트레아 혈통으로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는 에리트레아 난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평창행을 결심했다. CBC 홈페이지
 
장비를 들고 있는 아베다의 모습. CBC 홈페이지


2016년 8월 5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난민 올림픽팀(Refugee Olympic Team)’이 올림픽기를 앞세우고 입장했다. 관중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장엄한 장면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시리아 수영선수 2명, 콩고민주공화국 유도선수 2명, 남수단 육상선수 5명, 에티오피아 육상선수 1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 난민 올림픽팀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엔 난민 올림픽팀이 없다. 하지만 에리트레아 난민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선수가 있다. 바로 남자 알파인 스키의 섀넌-오그바니 아베다(22)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에리트레아의 첫 동계올림픽 선수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한다.

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에리트레아는 남쪽으로 에티오피아, 북쪽과 서쪽으로 수단, 동쪽으로 홍해와 접해 있다. 인구는 600만명 정도이며, 면적은 남한보다 약간 넓다. 19세기 후반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다 전후에 에티오피아의 한 주(州)로 강제 편입됐다.

에리트레아는 종족과 언어가 다른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오랜 기간 전쟁을 치렀고, 1993년 마침내 독립을 얻어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독재와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에리트레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많이 배출하는 나라들 중 하나다.

아베다는 에리트레아 난민들을 위해 평창올림픽 출전을 결심했다. 그는 1996년 캐나다 알버타주 포트 맥머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1980년대 초 전쟁을 피해 캐나다로 건너간 난민이었다. 그는 3세 때부터 스키를 탔고, 두각을 나타내 2012 유스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도전했지만 랭킹포인트 3.5점 차로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그는 소치올림픽 이후 무릎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맞았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출전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캘거리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며 훈련을 계속했다.

아베다는 에리트레아에 두 번밖에 안 가 봤지만 자신의 뿌리가 에리트레아임을 잊지 않았다. 알파인 스키 출전권을 따내지 못한 국가들을 위한 쿼터 룰 덕분에 그는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아베다는 지난달 캐나다 방송 C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자랐고, 캐나다인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에리트레아와 연결돼 있음을 마음속 깊이 느끼고 있다”며 “무더운 아프리카에 사는 에리트레아 사람들에게 스키를 소개하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아베다의 아버지는 “아들이 난민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 줬으면 좋겠다”며 “난민 어린이들은 자기가 태어난 나라나 자기 부모가 태어난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그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고 아들을 지지했다. 아베다의 부모는 평창에 와 아들을 응원할 계획이다.

“평창에 가서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과 당당하게 겨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어요. 하지만 내 목적은 메달이 아닙니다. 지구촌 사람들에게 에리트레아라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또 에리트레아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세계 각지의 에리트레아인들로부터 지지와 격려의 메시지를 받고 있는 아베다의 소원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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