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과학] 킬로그램의 기준

1킬로그램 원기. 표준과학연구원


국제적으로 단위의 표준을 결정하는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올해 1킬로그램에 대한 표준을 새롭게 의결할 예정이다. 현재 질량 단위인 1킬로그램은 프랑스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 금고에 보관된 킬로그램 원기가 기준이다. 백금 90%와 이리듐 10% 합금으로 만들어진 원통 모양의 원기는 1889년도에 공인되었고, 나라마다 이 원기의 복제품을 제작해 질량을 표준화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덕 표준과학연구원에 킬로그램 원기의 국가복제품을 보관하고 있으며, 이를 기준으로 1밀리그램에서 50킬로그램까지의 표준분동을 제작하여 질량 표준으로 삼는다. 질량 표준은 몸무게를 재거나 물건을 구입할 때처럼 일상생활에서도 유용한 단위지만, 산업계나 연구소 등에서는 더욱 필수적이다. 정밀한 질량을 측정할 수 있어야 표준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킬로그램 원기는 129년 동안 공기에 노출돼 오염이 발생했고, 0.1밀리그램 정도의 질량이 변했다고 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체를 기준으로 질량을 표준화해서 발생한 문제다.

올해 의결될 표준질량은 1킬로그램 단위 설정에 절대 변하지 않는 플랑크상수를 도입해 결정한다. 다소 생소하지만 플랑크상수란 양자역학에 등장하는 기본 상수로, 빛입자(광자)에너지와 그 진동주파수를 연결시켜주는 수치다. 원래 플랑크상수는 중력과 전자기력을 비교하는 키블저울 장치를 이용해 측정하는데, 질량의 표준 값이 사용된다. 그런데 여기 사용되는 질량 값이 조금씩 달라질 때마다 상수 값에 오류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거꾸로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측정된 값들을 기준으로 플랑크상수를 일정하게 정의하고, 이를 기준으로 질량을 표준화하기로 했다. 표준과학연구원의 역학표준센터에서도 이 새 기준의 질량표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8년,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을 기준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1킬로그램의 해가 시작된다.

이남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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