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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G-30] 송승환 총감독 “한국의 독특한 ‘융합문화’ 보여주고 싶어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은 송승환 PMC프로덕션 회장이 최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카페에서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들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 총감독은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한국의 모습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개폐막식이 열리는 오각형의 평창올림픽 스타디움.


K팝·현대무용·미디어아트
세 가지 키워드로 정체성 표현

전통문화 특성 ‘조화’로 설정
‘작지만 강한 한국’ 드러낼 것

오각형 무대서 이색적인 공연
방송중계 염두 디테일하게 연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카페에서 다음 달 9일 올림픽 개회식과 25일 폐회식의 지휘를 맡은 송승환(61) 총감독을 만났다. 2008 중국 베이징올림픽의 10분의 1 정도의 적은 예산과 혹한의 날씨,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국제 대회의 신호탄을 제대로 쏘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개폐회식은 지구촌 관객 수십억명이 관람하는 대규모 공연이기도 하다. 그가 개폐회식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한국의 문화를 드러내면서 작지만 강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올림픽 주최국인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전통문화의 특성을 ‘조화’, 현대문화의 특성을 ‘융합’으로 설정하고 이 두 가지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K팝 현대무용 미디어아트. 송 총감독은 이 세 가지를 현대문화를 보여줄 열쇠로 정했다. “1988 서울올림픽 개폐회식과 2014 러시아 소치올림픽 폐회식 등 그동안 국제 행사에서 아무래도 전통문화를 많이 보여준 게 사실이죠. 이제는 현대문화도 경쟁력을 갖췄잖아요.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 미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어느 한 나라에도 종속되지 않는 독특한 현대문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융합의 문화를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주요 관전 포인트는 오각형 개폐회식 전용 공간인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얼마나 색다르고 이색적인 공연 장면이 펼쳐질지다. 장소가 사각형이 아니라 오각형이라서 동선을 짤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지고 다양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어 기대할 만하다.

“처음 총감독을 맡고 설계 단계에서 보니 개폐회식장이 축구장처럼 직사각형이더라고요. 보통 축구장에서 개폐회식을 하다 보니 고정관념이 생겼던 거죠. 동계라는 의미를 담아 육각형의 눈꽃 모양이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등장과 퇴장 입구가 많을수록 좋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예산과 공사기간 문제로 오각형까지만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오각형은 오륜의 의미도 담을 수 있고 오행의 의미도 있으니까 그렇게 정한 거죠. 더 한국적으로 됐어요.”

또 다른 포인트는 개폐회식이 방송으로 얼마나 자세하고 면밀하게 비쳐질지다. 사실 관객 대부분은 방송을 통해 올림픽을 지켜보기 때문에 공을 더욱 들였다고 한다. 송 총감독이 65년 아역 배우로 데뷔해 경력 50여년의 방송 베테랑이란 점도 영향을 끼쳤다.

“중계는 OBS(국제올림픽위원회 주관 방송사인 올림픽방송서비스)가 하는데 중계 카메라가 35대 들어와요. 우리나라 국제행사에서 35대가 들어오는 건 처음이에요. 카메라를 어디에 배치하고 어떤 장면을 잡을지 협의하고 있어요.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에 갔었는데 현장에서는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집에 와서 TV로 보니까 잘 보였어요. 그만큼 중계가 중요한 거죠. 다른 올림픽 개폐회식보다 좀 더 디테일한 부분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개회식 슬로건은 ‘피스 인 모션’(Peace In Motion·행동하는 평화), 폐회식 슬로건은 ‘넥스트 웨이브(Next Wave·새로운 미래)다. 평화는 올림픽이라는 국제적인 보편성이 중요한 행사에서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다. 행동은 막연히 평화를 생각하기보다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 스포츠 행사라서 역동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들어간 것이기도 하다. 넥스트 웨이브는 끝이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개폐회식일 날씨를 비롯해 여러 변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올림픽 스타디움은 지붕이 없어서 폭설 등 기상 상황이 우려된다. “폭설과 강풍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날씨에 따라 연출을 수정할 수 있어요. 장소 이동 문제나 방한 대책은 조직위원회에서 세우는 거지 예술 총감독의 역할은 아니거든요. 다만 관객들이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는 모두 같이 일어나서 춤을 추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어요.”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따라 계획이 변경된다. “일부 변동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선수단만 오는 건지 문화예술단도 오는 건지, 온다면 얼마큼 오는 건지 밝혀지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려고 합니다.”

송 총감독은 요즘 현지 상황과 비슷한 실내 공간에서 종합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각지에서 흩어져 연습하던 출연자들이 한 공간에서 모여 맞춰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개회식 출연자는 약 2000명, 폐회식은 약 1000명으로 총 3000명이 참여한다. 스타급 출연자부터 음악가와 무용수를 비롯한 전문 출연자, 강원도민과 자원봉사자가 준비하고 있다.

총감독단에는 송 총감독을 주축으로 개회식 양정웅 연출가와 폐회식 장유정 연출가가 포진했다. 이외에도 30여명이 공동 작업을 하면서 개폐회식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개회식 팀은 오는 15일부터 평창으로 가서 최종 리허설을 진행한다. 실내에서는 음악과 안무를 맞춰봤다면 현장에서는 조명과 영상을 맞추는 기술적인 리허설을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평가를 받길 바라는지 물었다. “적은 예산과 추운 날씨에도 개폐회식을 잘 치렀다는 반응을 얻고 싶어요. 또 다른 바람이 있다면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알렸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 송승환

1997년 ‘난타’ 제작… 대표적 한류 공연으로 키워내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휘문고를 거쳐 한국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했다. 65년 KBS 아역 배우로 데뷔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연극에 출연했다. 77∼88년 극단 76극장에서 활동했다. 96∼2012년 공연제작사 PMC 프로덕션 창립 대표이사를 맡았다. 97년 넌버벌(비언어) 퍼포먼스 난타를 제작해 이후 난타를 대표적인 한류 공연으로 키워냈다.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부교수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사를 역임했다.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과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장을 맡았다. 현재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과 세종문화회관 이사, 성신여대 교수, 문화산업포럼 공동대표, PMC 프로덕션 예술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글=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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